150만명 운집한 토론토 NBA 우승행사 중 '아찔' 총격…4명 총상
토론토 랩터스 첫 우승기념 행사…3명 체포·놀라 피하던 군중 경상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총을 쏜 사람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모퉁이에서 바로 누군가와 마주칠 것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어요."
17일(현지시간) 토론토 랩터스의 첫 미국프로농구(NBA) 우승을 축하하는 야외 행사에 참가한 백만여 군중의 한 명인 필 더수자는 AP 통신에 열광의 도가니였던 토론토 시청 앞 광장이 지옥처럼 변한 순간을 이같이 전했다.
캐나다 토론토에 연고지를 둔 농구단 토론토 랩터스가 NBA 2018∼2019시즌 챔피언에 등극한 것을 기념해 이날 토론토 시내에서 열린 대규모 축하행사 도중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고 AP가 보도했다.
이 총격으로 4명이 총상을 입었고 놀라서 달아나다가 밀리거나 넘어지면서 다친 이들도 있었다.
총탄에 맞은 4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 참가한 마이크 머디는 총을 든 남자가 있다는 외침과 함께 군중들이 사방으로 달아나는 것을 목격한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며 "그냥 친구 손을 잡고 뛰었다"고 말했다.
역시 현장에 있던 샘 선데이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몰려오면 뛰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것"이라며 겁에 질려 달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두려웠던 당시 심경을 밝혔다.
트위터 계정 '@TimLeMule'를 쓰는 이용자가 올린 동영상을 보면 인파로 가득한 토론토 시청 앞 광장에서 사람들이 동시에 이동하면서 한쪽 귀퉁이가 한적한 모습을 보인다.
긴박한 상황에 아기를 안고 필사적으로 달린 부모의 흔적을 보여주듯 현장에는 주인 없이 방치된 유모차 4대가 보였고 신발, 옷, 가방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고 AP는 전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한 블록도 떨어지지 않은 무대에는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카와이 레너드 등 토론토 랩터스 선수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존 토리 토론토 시장 등이 올라와 있었다.
주최 측은 구단주 발언을 중단시키고 상황이 발생했음을 알리면서 참가자들에게 침착하게 행동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총 2정을 확보했으며 3명을 체포해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특정인을 겨냥한 것인지 테러리즘과 관련 있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임을 이유로 확실히 답변하지 않았다.
토리 시장은 "즐겁게 축하해야 할 자리에 누군가 총을 가져와 발사하는 것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닐 것"이라며 "잘못이 있는 자는 법이 정한 최대한의 벌을 받기를 바란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신속하게 대응한 경찰과 토론토 랩터스를 축하하기 위해 현장에 모인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함께 표명했다.
토론토 랩터스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NBA 챔피언 결정전 6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114대 110으로 꺾고 1947년 시작된 NBA 73년 역사상 미국 외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으로는 처음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쾌거에 캐나다 농구팬들은 열광했다.
토론토시는 각지의 팬들에게 행사에 와서 토론토 랩터스를 격려해달라고 독려했고 150만여 명이 시내 퍼레이드를 포함한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고 AP는 전했다.
일부 직장인은 상사의 묵인 아래 병가를 냈으며, 일부 학생은 부모에게 당당하게 허락을 받고 학교 대신 행사장을 찾았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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