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들 "자살예방 활동 방관 참회"…생명살리기 선언(종합)
7대 종단 "행동변화로 자살공화국 오명 씻겠다" 다짐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불교와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유교, 민족종교, 천도교 등 국내 7대 종단 종교인들이 그간 부족했던 자살 예방 활동을 반성하며 '생명 살리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짐했다.
한국종교연합과 생명존중시민회의는 18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프란시스홀에서 7대 종단 종교인들과 '생명 살리기, 자살 예방을 위한 종교인선언'을 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소중한 생명 가치를 세우고 일깨우는 것은 종교의 본분이자 사명이지만 우리 종교인들은 그 사명을 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 15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우리와 상관없는 남의 일처럼 대해 왔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1만 2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소중한 생을 끝내는 엄혹한 상황을 방관해 온 것이 저희의 민낯"이라며 "자살 문제를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는가 하면, 자살 유가족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는 데 게을렀다"고 반성했다.
또 "우리 사회 아픔, 우리 시대의 고통을 안아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책임을 외면한 것으로 책임 회피와 방관에 대해 머리 숙여 참회한다"고 덧붙였다.
종교인들은 "진정한 참회는 행동의 변화"라며 "저희 종교계는 생명을 살리고 북돋는 일이 선이라는 슈바이처의 외침에 공감하며 생명을 살리는 일에 먼저 나설 것을 선언한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자살 공화국의 오명을 씻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선언문 낭독에 앞서 '부족했던 자살예방 활동 참회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서 반성의 의미로 청중 앞에 고개를 숙였다.
주최 측은 이날 발표한 선언문에 현재까지 7대 종단 종교인 700명 가까운 이가 서명했다고 밝혔다.
'2018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명당 자살률은 25.8명이다. 이는 OECD 평균 11.6명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연간 국내 자살 사망자는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지만 약 1만2천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자살 사망에 따른 유가족도 매년 6만∼10만명 가까이가 나오고 있다.
유가족들은 주변으로부터 위로, 치유를 받지 못할 경우 자살 고위험군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자살 유가족 김모씨는 "자살은 돌이킬 수 없고, 예방만이 유일한 대책"이라며 "저 같은 비극을 다른 사람이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마음을 닫게 만드는 (주변의) 편견은 입도 닫게 만든다"며 "오늘 같은 이런 자리가 확산해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고 함께 한다면 자살 예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반겼다.
행사에서는 생명 문화를 나누는 취지에서 소강석 목사의 자작시 '죽음의 폐허를 지나 푸른 생명의 계절이 오게 하소서'가 낭송됐다. 찬불가 '둥글고 밝은 빛', '연꽃피어오르리'도 프란시스홀에 울려 퍼졌다.
또 자살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애도와 위로의 춤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종교인선언이 끝난 뒤로는 종교인평화포럼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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