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JDI 경영 재건 난항…출자 약속한 대만업체 이탈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최대 액정패널 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JDI)의 경영 재건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JDI는 세계 액정패널 업체 간 경쟁에서 밀리면서 경영사정이 나빠져 대만과 중국 기업·펀드 컨소시엄인 '타이중(台中) 연합'에서 최대 800억엔(약 8천7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했으나 출자하기로 했던 한 곳이 이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1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JDI에 애초 250억엔(약 2천7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던 대만 터치패널 업체 TPK홀딩스가 타이중연합에서 빠지겠다고 발표했다.
JDI는 TPK홀딩스의 이탈로 생긴 공백만큼의 투자금을 중국 투자펀드인 '하베스트 테크' 등을 중심으로 추가 조달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TPK 측은 주주들이 동의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출자 포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는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용 패널의 판매 부진으로 JDI의 경영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3곳의 컨소시엄 멤버 가운데 대만 투자펀드인 'CGL그룹'도 이탈 대열에 합류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JDI에 최대 약 400억엔을 투자하기로 한 하베스트 테크는 오는 27일까지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JDI 측은 하베스트의 투자금을 늘리고 이탈한 TPK홀딩스를 대신해 홍콩 투자펀드인 '오아시스 매지니먼트'를 끌어들여 최대 800억엔을 조달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베스트 측과의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이전에 접촉했던 기업을 포함해 국내외 투자자들과의 추가 투자 유치 협상을 병행할 예정이다.
JDI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주도로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소니의 액정(LCD) 패널 사업을 통합해 2012년 출범했다.
'히노마루(일장기) 액정 연합'으로 불리며 일본 액정산업의 부활을 꿈꿨지만, 한국과 중국 업체의 공격적 투자에 밀리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체제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은 1970년대 샤프가 전자계산기용 액정 양산에 성공한 뒤 급성장해 1990년대 후반에는 세계 시장을 석권했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과 중국 등의 경쟁 업체가 부상하면서 경쟁력에서 밀렸다.
2016년에는 샤프가 대만 훙하이(鴻海)정밀공업(폭스콘)에 넘어가는 등 일본 액정산업의 쇠퇴가 확연한 상황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JDI는 타이중연합 등에서 최대 800억엔의 출자를 받고 최대주주인 일본 관민펀드 INCJ(구 산업혁신기구)의 우선주 인수와 미 애플사에 대한 채무상환 유예 등을 통해 총 1천440억엔 규모의 자본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이 출자가 성사될 경우 현재 25.3%인 INCJ의 지분율은 10%대로 내려가게 된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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