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사태 18일만에 대책 발표…주민들 "너무 늦었다"

입력 2019-06-17 11:35
수정 2019-06-17 11:47
'붉은 수돗물' 사태 18일만에 대책 발표…주민들 "너무 늦었다"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박남춘 인천시장이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지 18일만인 17일 뒤늦게 적수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인천시의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시장은 이날 인천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돗물 방류 조치 외에 정수장·배수장 정화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소화전 등으로 수돗물을 방류하던 조치에 그치지 않고 관로 중간에 구멍을 뚫어 이물질을 배출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책은 지난달 30일 인천 서구와 영종도를 중심으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지 18일 만에야 나온 것이다.

붉은 수돗물 사태로 피해를 봤던 주민들은 인천시의 조치 미흡으로 이번 사태가 장기화했다며 입을 모아 인천시 행정의 무능력을 질타했다.

전상덕 검단주민총연합회 부회장은 "사태 발생 후 20일이 된 뒤에야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며 "인천시의 무능함에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천 서구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 '너나들이 검단·검암맘' 운영자 이수진(43)씨는 "인천시 기자회견을 지켜봐도 시가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이번 사태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인천시의 대책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붉은 수돗물 피해가 심한 인천 서구 지역 주민 2천여명은 전날 오후 인천시 서구 마전동 완정사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인천시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이번 사태 초기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상황인데도 수질 기준을 충족하니 사용하라고 했다가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인천시는 또 붉은 수돗물 사태가 영종도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한국수자원공사의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기존 주장을 뒤늦게 번복하기도 했다.

적수 사태의 여파는 강화도까지 영향을 끼쳐 인천시 강화군 내 초·중·고교 11곳과 유치원 1곳에서 적수가 의심된다는 보고가 들어오기도 했다.

서구·영종·강화 지역 1만여 가구가 적수 피해를 겪고 있고, 이 지역 학교에서는 수돗물에 적수가 섞여 나와 학생들 급식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수돗물 사태의 명확한 원인도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환경부·한국수자원공사·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조사단은 지난 7일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나 중간 조사 결과를 18일에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인천시는 일단 지난달 30일 서울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 전기설비 법정검사를 할 때 수돗물 공급 체계 전환이 이뤄지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이 같은 '수계 전환'의 피해가 이번에 유독 심한 이유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반 가정집에서는 매일 수돗물 필터를 교체하고 피부병이 두려워 생수로 샤워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손님이 끊긴 서구 지역 음식점들은 수돗물이 아닌 생수로 조리한다고 적극 홍보하면서 손님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 시장은 이번 수돗물 사태 대응 과정에서 대응이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행정 시스템 개선 등을 약속했다.

그는 "이번 수돗물 피해의 원인 분석과 대책 시행, 주민 설명과 응대에 있어 많은 부족함과 오판이 있었다"며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인천시의 행정 시스템 전반을 더욱 새롭게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인천시 공직사회 전체가 굳은 각오로 변화하지 않으면 시민들에게 어떠한 신뢰와 이해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시민의 역량을 결집해 인천을 살리고, 시민과 소통을 통해 마음을 잇는 일에 더욱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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