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디테일한 여의도 정치 군상이 여기에

입력 2019-06-18 08:00
'보좌관', 디테일한 여의도 정치 군상이 여기에

"늘 스포트라이트 받는 곳을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들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다선 의원 부럽지 않은 존재감을 자랑하는 능구렁이 특보급 보좌관부터 누군가에게 줄 대지 않으면 다음 선거가 걱정인 초선 비례의원까지.

JTBC 금토극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에는 그야말로 여의도의 온갖 정치군상이 그대로 녹아 있다. 오랜만에 돌아온 정통 정치드라마라 반갑기도 하지만, 꽤 디테일한 인물 설정과 에피소드에 더욱 눈길이 간다.



주인공이자 송희섭(김갑수 분) 의원실의 야망 넘치는 수석 보좌관 장태준(이정재)은 뛰어난 직관과 냉철한 판단력, 그리고 적기를 놓치지 않는 행동력을 모두 갖춘 인물이다. '보좌관 하나만 잘 둬도 4년 농사 풍작'이라는 말은 송희섭을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하거나 반드시 악하지만은 않은 장태준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준 이성민(정진영)을 등지고 송희섭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여의도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국감 파행을 막고자 송희섭이 부강전자 노조 시위대를 찾아가 심기를 긁은 후 폭력 사태가 벌어지게 한 것도 장태준이었다. 이따금 볼 법한 '정치쇼'의 한 사례이다.

이렇듯 과정에는 악이 개입됐으나, 결국 송희섭은 위기에서 벗어났고 이성민과 강선영(신민아)은 원한 질의를 마치는 데 성공했다. 국감 후 대폿집에서 술 한 잔 기울이는 성민을 찾아간 장태준의 모습은 선과 악, 과정과 결과, 이상과 현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제목은 '보좌관'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국회의원들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담겼다. 실제 보좌관 출신 정현민 작가가 집필해 화제가 된 KBS 2TV '어셈블리'(2015)가 의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보좌관을 더 중점적으로 그린 것과 대조적인 부분이다.

대한당 원내대표이자 4선 의원 송희섭은 눈웃음만 봐도 징그러운, 부끄러움을 모르는 탐욕가다. 청와대에서 칠순 잔치를 꿈꾸는 그는 태준이 꼭 필요하지만, 자기보다 주목받는 건 또 싫다. 그야말로 정치인의 '본능'을 대변한다.

그와 대척점에 선 대한당 환경노동위원회 상임위원장 조갑영(김홍파) 역시 상대를 이용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는 기회주의자이다.

물론 정반대 인물도 있다. 정의감은 넘치지만 권력에는 욕심 없는 초선 의원 이성민은 "한 번 했으면 됐지 뭘 또 하느냐"며 의정 활동에만 충실하다. 물론 이런 의원도 현실에 소수지만 존재한다.



태준과 비밀 연인 관계인 강선영 의원은 현실에서 더 찾기 쉬운 인물이다. 초선 비례의원으로 조갑영과 손잡고 당 대변인 자리에 오른 그는 태연한 척해도 '여성', '비례'라는 틀에 갇혀 수명 연장에 대한 걱정을 늘 품고 있다. 상임위에서도 국감장에서도 그때그때 이익에 따라 지략을 발휘하는 모습에서 읽힌다.

디테일한 인물 설정 외에 의원실 간 천차만별인 근무 환경과 보좌관 간 눈치 게임, 상임위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치열한 기 싸움, 국감 시즌 '나 죽었다' 하는 보좌진 모습 등이 극화한 부분을 제외하면 상당한 리얼리티를 자랑한다.

JTBC 드라마국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여의도는 늘 언론에 노출되는 곳인데, 그곳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보좌관들 이야기를 하는 게 이 작품 매력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이 작품은 정치적인 주장을 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다. 의원이든 보좌관이든 다양한 인물 군상의 언행을 통해 시청자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질문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주연인 이정재와 신민아 역시 '보좌관'은 남다른 도전이다.

10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이정재는 기대한 만큼 남다른 무게감으로 극을 견인한다.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관계자는 "배우가 실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와 단어들을 일일이 찾아보고, 정치 이슈에 대해 더 상세히 알기 위해 다양한 영상 자료를 참고하는 등 내용 숙지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신민아 역시 기존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차분함으로 돌아왔다.

그의 소속사 에이엠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배우가 자신 있는 것만 하기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했다. 전문직 역할이 잘 어울릴지 고민을 많이 하면서도 어려운 도전을 선택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 감사하다"라고 했다.

인물, 스토리, 연기 삼박자를 갖춘 '보좌관'은 첫 회 시청률 4.4%(닐슨코리아 유료가구)를 기록하며 JTBC 역대 드라마 첫 방송 최고 성적을 냈다. 2회 역시 4.5%로 순항을 예고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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