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내각, '요란한' 외교 행보에도 비지지율 6% 급증
마이니치 설문 결과…'노후에 2억원 저축 필요' 보고서가 직격탄
트럼프 '환대외교' 도움 안 돼…'이란 중재외교' 실패도 영향 추정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내각에 대한 비지지율(지지하지 않는다는 사람의 비율)이 미일 정상회담, 이란 방문 등 떠들썩했던 광폭 외교 행보에도 불구하고 급상승했다.
연금체계에 대한 비판 여론을 낳았던 금융청 보고서 등 민생현안이 직격탄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계속됐던 '한국 때리기'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17일 마이니치신문이 15~16일 18세 이상 유권자 9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40%를 기록해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아베 내각의 비지지율은 6%포인트나 증가해 지지율과 불과 3%포인트 차이인 37%까지 올랐다.
지지율 하락세는 교도통신이 15~16일 실시해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7.6%로 전달보다 2.9%포인트 하락했다.
지지율 하락과 비지지율 상승에는 이달 초 금융청이 내놓은 뒤 논란의 초점이 된 '100세 시대에 대비한 금융조언 보고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5세까지 생존할 경우 노후에 2천만엔(약 2억1천910만원) 정도의 저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이 보고서가 나온 뒤 정부가 스스로 공적 연금제도의 낮은 보장성을 실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16일 오후 도쿄 도심에서 2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정부를 비판하는 거리 행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정부 입장과 다른 보고서"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마이니치의 이번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8%는 이런 해명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납득이 된다"는 응답은 15%뿐이었다.
일본 정부가 공적연금이 노후 생활의 기둥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응답자의 57%가 "공적연금이 의지가 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70세까지 일할 기회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70세까지 일하고 싶느냐'는 질문에 46%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그렇다"는 응답 43%보다 높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이 지지율 상승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과잉 접대' 논란이 일면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베 총리가 골프, 스모, 선술집 식사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깊게 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36%가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평가한다"는 응답 49%보다는 낮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외교 능력을 자랑하며 핵(核)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이란 관계를 중재하겠다며 12~14일 이란을 방문했지만, 방문 후 양국간 관계가 더 악화되고 방문 기간 일본 관련 유조선이 피격당하면서 체면이 깎인 것도 지지율에 부정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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