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감싼 정정용 감독 "비판과 비난은 저에게…"

입력 2019-06-17 10:15
수정 2019-06-17 11:36
선수들 감싼 정정용 감독 "비판과 비난은 저에게…"



(영종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아직 어리고 만들어가는 과정의 선수들입니다. 선수들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저에게 해주세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 남자축구 사상 최고 성적인 준우승의 기적을 이끈 정정용(50) 감독이 일부 선수에게 쏟아지는 팬들의 비판 목소리에 대해 "책임은 지도자의 몫"이라고 밝혔다.

정정용 감독은 17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한민국 국민들이 U-20 대표팀을 사랑하고 응원해줘서 감사드린다"라며 "결승전에서 조금만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만큼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정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16일 끝난 대회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해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한국 남자축구 사상 FIFA 주관대회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달성했다.

다만 결승전이 끝나고 난 뒤 김정민(리퍼링) 등 특정 선수의 경기력에 대한 팬들의 비판 목소리가 나왔고, 정 감독은 제자를 감쌌다.

정 감독은 "축구 팬으로서 충분히 비난과 비판을 할 수 있지만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의 선수들인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비판은 지도자에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선수들 감싼 정정용 감독 "비판과 비난은 저에게…" / 연합뉴스 (Yonhapnews)

다음은 정정용 감독과 일문일답.

-- '어게인 1983'을 넘는 결과를 남긴 소감은.

▲ 한국 땅을 밟으니까 이제 실감이 난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U-20 대표팀을 사랑하고 응원해줘서 감사드린다. 결승전에서 조금만 더 잘했으면 국민들이 더 신나고 즐겁게 응원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주 아쉽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한 만큼 앞으로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고맙겠다. 우승은 못 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시 도전할 기회가 다시 생겼다고 본다.

-- 대회를 치르면서 전술과 용병술이 화제였는데.

▲ 많은 전술은 아니었다. 3~4가지 핵심 전술을 작년부터 계속 연습해왔고 조금씩 업그레이드했다. 전술은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축구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 한국 축구의 미래들이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 유소년 축구를 이끈 지 12년 이상 됐다. 이제 시스템의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 FIFA U-17 월드컵과 U-20 월드컵 본선 출전 티켓을 계속 따서 출전하면 선수들의 성장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결국 그런 선수들이 A대표팀의 일원으로 성장하게 된다.

-- 이번 월드컵을 준비했던 지난 2년간을 되돌아보면.

▲ 행복했다. 지금 선수들과 2년 동안 '스페셜'하게 지냈다. 그동안 고생했던 게 결과로 나타났다. 축구선수와 지도자로서도 이런 경험은 평생에 두 번 다시 하기 어려울 것이다.

-- 대표팀의 일부 선수에 대한 팬들의 비난 목소리도 나오는데.

▲ 축구 팬으로서 충분히 비난과 비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저에게 해줬으면 좋겠다. 선수들은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의 청소년인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A대표팀이나 프로 선수 정도가 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만 지금 비판과 비난의 책임은 지도자의 몫이다. 비판은 지도자에게 해줬으면 좋겠다.



-- 앞으로 계획은.

▲ 아직 생각을 못 해봤다. 매 경기가 역사를 만들어가는 순간이었다. 경기에 집중하느라 딴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대회가 끝나고 곧바로 귀국한 만큼 쉬면서 축구협회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한국 축구의 발전에 제가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힘을 보탤 것이다.

-- 대회 기간에 가족 이야기도 화제가 됐는데.

▲ 아이들이 오늘 학교도 안 가고 온다고 해서 기차표를 끊어줬다. 이럴 때가 아니면 보기도 어렵다. 아이들이 아빠를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해주는 게 충분하다.

-- 폴란드에서 체력 프로그램의 효과를 봤다고 보나.

▲ 4주 동안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운영했다. 처음 시도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처음 측정했던 선수들의 체력 데이터와 결승전 앞둔 데이터를 봤을 때 유지가 아닌 상승효과를 봤다. 거기에 맞춰 전술과 전략을 짤 수 있었다.

결승전에서 아쉬웠던 것은 날씨 요인이었다. 현지시간 오후 5시 경기였고, 덥고 습했다. 그런 부분을 잘 인지하고 대응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 같아 아쉽다.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후반전에 포백으로 전환했다.



-- 이강인이 좋은 활약을 펼쳤는데.

▲ 이강인이 미리 한국에 들어와서 대회를 준비했다. 그런 준비를 통해 스스로 확신을 가지면서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 그래서 충분히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있었다. 조금 전에 농담으로 이강인이에게 "2년 뒤에는 우승하자"고 이야기했다.

-- 유소년 지도자의 외길을 계속 가고 싶나.

▲ 지도자라면 당연히 기회가 된다면 더 높은 연령대의 팀을 맡고 싶게 마련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아직 재미로만 본다면 '만들어가는 선수들'을 지도하는 게 사명감을 따져서도 나에게 맞는 것 같다. 다 만들어진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것도 재미는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지만, 지금은 좀 더 생각해보겠다.

hor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