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과는 '격세지감' 트럼프의 대선 출발선…빛과 그림자
'현역 프리미엄' 당 차원 지원 속 대규모 실탄·인적 네트워크 확보
민주 후보에 지지율 열세 여론조사 고민…기성정치와 차별화 어려워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4년 전인 2015년 6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공화당 후보가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그가 실제 대권 고지에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부동산 재벌 출신 '아웃사이더 이단아'였던 그는 경쟁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는 파란을 연출했고, 이번에는 '최대 승부처'인 플로리다주 올랜도 암웨이센터에서 오는 18일(현지시간)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다.
'야인'으로서 첫 출사표를 던질 때와 현직 대통령의 위치에서 재선 레이스에 뛰어들 때 사이에는 그만큼 선거운동 여건 등에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6일 '트럼프 캠페인, 2016년 때와는 급격한 괴리가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2020년 선거 캠페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접근법이 서툴렀을 수밖에 없었던 첫 대선 출마 때와 극명하게 구별된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4천만 달러를 웃도는 '군자금'을 깔고 앉아 있고, 2020년 선거 승리에 필수적 지역에 퍼져있는 '현장 부대'를 확보하고 있으며, 몇 달씩 혹독하게 훈련받은 풍부한 자원봉사자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국적 선거운동을 위한 양대 축인 '실탄'과 인적 조직 면에서 4년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여건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결여돼 있던 '비대한 조직' 확보가 핵심 재선 전략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후보들이 20명 넘게 난립하는 민주당의 경우 각 주자가 조금이라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부심하는 사이,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공화당 내에서 독주체제를 구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이미 본선 출발선에 서 있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트럼프 팀은 지난 2년 반간 가능한 많은 변수에 최적화하기 위해 튼튼하고 현대적이며 전문적인 선거캠프를 구축하는가 하면 전례 없는 규모의 '현금 실탄'을 쌓아놓는 데 전력투구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4월 현재 기금 모금 등을 통해 은행에 8천200만 달러를 확보해둔 상태이다. 당 차원의 전방위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지난 첫 대선 도전 당시부터 시작해 취임 초기까지 이어졌던 측근들 간 '권력 암투'도 아직은 표면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의 팀 머토 대변인은 "2016년 캠프에 있던 사람들은 당시 운항을 해가면서 동시에 비행기를 조립하는 형국이었다고 비유하곤 하더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에 걸맞은 캠페인을 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한층 여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현재 트럼프 캠프는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으며, RNC의 의회 본부와도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올여름 안으로 여성을 비롯한 특정 타깃층을 공략할 그룹을 정비하는 것을 포함, 바닥 다지기를 위한 준비를 완료하는 게 캠프를 총괄하는 브래드 파스칼 선거대책본부장의 구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든 '즉흥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정하기 때문에 캠프 차원에서 메시지 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측면도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일례로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은 민주당 경선 후보들 가운데 특정인을 지목해 비판하는 일은 삼가라는 '지시'를 캠프에 내렸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로부터 몇 주 후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일부 후보들을 향한 인신공격에 나서면서 캠프 측에서는 허둥댔다는 후문이다.
결국 캠프 인사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3인 중 하나로 압축될 것으로 보고 이들 3인에 관련된 메시지 대응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진보 성향의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워런 상원의원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을 '중도주의자'로 차별화시킬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의 최종 후보가 된다면 '변화 대 현상유지'의 프레임이 가동될 수 있다는 게 캠프 내부의 고민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무엇보다 지지율 정체가 캠프 내부의 가장 큰 고민이다.
트럼프 재선 캠프 측이 지난 3월 자체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ABC방송이 입수, 14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플로리다 등 대표적인 승부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에 7%포인트에서 16% 포인트 차이로 뒤지고 있으며,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인 텍사스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2% 포인트 차이로 따돌리는 데 그쳤다.
친(親) 트럼프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의 지난 9∼12일 여론조사에서도 양자 대결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10%포인트 격차로 앞서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주요 주자들에게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체 여론조사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트럼프 캠프 인사들은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등 재임 성과를 전면에 내세워 세일즈에 나서길 원하고 있다고 한다.
캠프 측은 매달 여론조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신빙성이 있느냐고 매번 물어보면서도 여론조사 결과에 매우 집착하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에는 '오물 청소를 하겠다'(drain the swamp·워싱턴 정가의 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트럼프의 지난 대선공약)는 슬로건을 내세워 기성 주류 정치와 각 세우기를 시도했지만, 이제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더는 '아웃사이더'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기 어렵게 됐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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