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앞 'G20 오사카 정상회의', 미중 무역전쟁 분수령

입력 2019-06-18 06:01
열흘 앞 'G20 오사카 정상회의', 미중 무역전쟁 분수령

최대 초점은 트럼프-시진핑 회동…결과는 예측 불가

한일 정상 회동도 관심사…정식회담 아닌 약식 전망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세계 경제협력 문제를 다루는 '제1의 포럼'으로 불리는 주요 20개국·지역(G20) 정상회의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8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일본의 상업·경제 도시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이번 제14차 회의에는 미국 등 선진 7개국(G7)을 비롯해 한국, 중국 등 신흥 11개국 및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루마니아) 등 20개 회원국·지역 대표가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에 일본이 의장국 자격으로 초청한 네덜란드, 스페인, 싱가포르, 베트남 등 4개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 태국), 아프리카연합(AU, 이집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칠레),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NEPAD, 세네갈) 등 4개 지역 기구 의장국 수뇌가 합류한다.

또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9개 주요 국제기구 대표도 자리를 함께한다.

일본은 내년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열리는 점을 고려해 경제 이슈를 다루는 정상회의에 이례적으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

이에 따라 G20 오사카 회의는 38개 국가·지역·국제기구 정상이 모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G20 회의가 될 전망이다.



◇ 산더미 같은 의제…최대 관심은 '무역전쟁'

G20 정상회의 의제는 개최국이 정하게 돼 있다.

작년 12월 직전 의장국인 아르헨티나로부터 의장국 지위를 승계한 일본은 이번 오사카 회의에서 논의할 과제로 세계경제, 무역·투자, 혁신, 환경·에너지, 고용, 여성, 개발, 보건 등 크게 8개 영역을 설정해 놓았다.

영역별 세부 논의 과제는 가짓수가 많고 내용도 간단치 않다.

또 대부분의 의제는 강제성을 띠는 결과물로 이어지기보다는 추상적인 선언에 그칠 것들이다.

이런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끌 분야는 세계경제와 무역·투자다.

세계경제 분야에선 미·중 간 무역 전쟁으로 핫이슈로 떠오른 국가 간 경상수지 격차 등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비롯해 양질의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한 저개발국가 성장동력 강화, 디지털화·세계화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 대처 방안 등이 다뤄진다.

또 무역·투자 분야에선 현재의 국제 무역을 둘러싼 정세를 놓고 정상들 간의 의견교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오사카 회의 의장을 맡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자유무역의 추진과 혁신을 통해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G20 사무국 홈페이지에 띄워 놓고 있다.

그러나 오사카 정상회의를 앞두고 돌아가는 상황에 비추어 보면 아베 총리의 생각은 희망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난 8~9일 오사카 정상회의 논의 내용을 사전 정리하는 성격으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와 무역·디지털 경제장관 회의 결과는 그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두 회의는 이틀간의 논의 내용을 정리한 공동성명을 통해 미·중 간 무역마찰로 세계경기 하강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보호무역주의를 극복해 자유무역을 촉진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성명에 반영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주의 정책이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명확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리먼 쇼크'로 불리는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 출범한 G20 정상회의는 매번 공동성명으로 자유로운 교역을 막는 보호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다가 작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회의 때 '미국 제일주의'를 앞세우며 다자간 틀보다는 양국 간 협상을 통해 무역역조 문제 등을 해결하려는 미국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문구가 사라졌다.

사전 각료회의 결과는 정상회의에 보고되기 때문에 이번 오사카 회의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G20의 위상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세계 이목 끌 양자 회담…미·중 정상 회동 '주목'

G20 회의는 전체 정상들이 모이는 회의 외에 참가국 간의 양자·다자 간 정상회담이 활발하게 펼쳐지는 외교무대다.

이번 오사카 회의 기간에는 회담, 회합, 간담 형식의 다양한 양자·다자 간 접촉이 200차례 정도 열릴 것으로 일본 외무성은 예상하고 있다.

이 중 다른 모든 이슈를 삼킬 수 있는 블랙홀 같은 이벤트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20 회의 기간에 시 주석을 만나 양국 간 무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담판을 벌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지금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미 2천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20 회의 계기에 시 주석과의 담판이 성사되지 않거나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나머지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도 관세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하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지난 14일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지역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촉진하고 국제 질서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G20 오사카 회의를 목전에 두고 자국 산업 보호주의 일변도로 정책을 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이런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기술 이전, 지적 재산권 등과 관련한 중국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에 대한 대응 조치로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한 공청회 추진 일정을 공개하고, 중국은 주권 침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적 문제'와 관련해선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양대 경제 대국 'G2'를 이루는 두 나라가 한 치 양보의 기미도 보이지 않은 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패권 다툼을 벌이는 마당이어서 양국 정상의 대결장이 될 이번 G20 오사카 회의에 쏠리는 세계인들의 관심이 한층 비상할 수밖에 없다.

미중 정상의 회동 결과에 따라 무역전쟁이 확전으로 갈 것인지, 휴전을 거쳐 협상 재개의 수순을 밟을지가 결정될 전망이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예측하기 힘들다.

한국 입장에선 역사 인식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한·일 간의 정상회담이 성사될지가 큰 관심사다.

작년 10월 일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나온 뒤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남은 사태 해결에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격한 입장차로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국에서 공히 정상 간 접촉에 대해 조심스러운 기류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격식 있는 회담이 아니라 잠깐 대화를 주고받는 약식회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영구적 사무조직 없는 '제1 협의체' G20, 위상 도전받아

G20(Group of Twenty)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선진 7개국과 EU(유럽연합), 신흥 12개국 등 총 20개국·지역으로부터 구성된 그룹이다.

신흥 12개국에는 한국 외에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르헨티나가 포함된다.

EU 회원국을 포함한 G20의 역내 총생산(GDP)은 세계 GDP의 90%가량, 무역총액의 80%를 차지하고, 회원국 전체 인구는 세계 3분의 2 정도를 점유한다.

통상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유럽중앙은행 등 유관 국제기구가 함께하는 G20 정상회의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후인 2008년 11월 미국에서 '금융·세계경제에 관한 정상회의'란 이름으로 첫 회의가 열렸다.

2009년 9월 미국에서 개최된 제3차 G20 회의 때는 'G20을 세계 경제협력의 제1 협의체'로 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위기 상황이 급박했던 2009년 2차례, 2010년 2차례 개최된 이후 2011년부터는 의장국을 바꾸어 매년 한 차례씩 열리고 있다.

한국은 일본보다 9년가량 앞선 2010년 11월 의장국으로 제5차 G20 회의를 주재했다.

올해 14차 회의를 맡은 일본의 바통을 이어받아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도 의장국을 맡는다.

의장국이 사무국 기능을 하기 때문에 G20에는 영구적인 사무조직이나 상근 직원은 없다.

세계경제의 제1 협의체라는 G20의 위상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 목소리가 커지고, 곳곳에서 무역갈등이 악화하면서 도전을 받고 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오사카 G20 정상회의는 G20 자체의 진로를 가늠해볼 시험대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