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방송·교육 7월부터 주 52시간…탄력근로제 입법은 지연

입력 2019-06-16 07:05
버스·방송·교육 7월부터 주 52시간…탄력근로제 입법은 지연

일부 '특례 제외 업종' 혼란 조짐…노동부, 계도기간 부여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노선버스, 방송, 교육서비스, 금융, 우편 등 '특례 제외 업종'이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제도 안착에 필요한 탄력근로제 관련 법 개정이 지연돼 정부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특례 제외 업종의 300인 이상 사업장은 다음 달 1일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적용된다.

특례 제외 업종은 지난해 3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노동시간 제한 특례에서 제외된 21개 업종을 가리킨다. 노선버스, 방송, 광고, 교육서비스, 금융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 4월 말을 기준으로 한 노동부 실태조사에서 특례 제외 업종의 300인 이상 사업장은 1천51곳이고 소속 노동자는 106만5천172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주 52시간 초과 노동자가 있어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한 사업장은 154곳(14.7%)이었다.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을 넘는 노동자는 2만630명(1.9%)으로 파악됐다.

노동부는 특례 제외 업종의 사업장 중에서도 주 52시간 초과 노동자 비율이 5% 이상인 67곳을 별도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사업장은 노선버스업(38곳)이 최다였고 방송업(6곳)과 교육서비스업(4곳)도 비교적 많았다.

노동부는 특례 제외 업종의 300인 이상 사업장이 대체로 노동시간 단축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지만, 이들 3개 업종은 집중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유연근로제 도입 등 대책을 논의 중이다.

노선버스업의 경우 노조가 노동시간 단축 대책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말 파업 직전까지 갔다. 교육서비스업에서는 입시 기간 업무가 집중되는 대학 입학사정관의 노동시간 단축이 문제로 불거졌다.

우편업에 속하는 우정사업본부에서는 노조가 노동시간 단축과 인력 증원 등을 요구하며 다음 달 초 사상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문제는 이들 3개 업종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무리 없이 안착하도록 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회의 공전으로 통과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대학들의 경우 입학사정관의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특례 제외 업종에 대해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도기간 부여 방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노동부는 작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해 노동시간 위반의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6개월 부여했다. 계도기간에도 노동시간 단축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을 3개월 연장했다.

노동부는 이번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특례 제외 업종에 대해서도 수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반기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 등을 고려해 계도기간은 짧게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초 KBS 대담에서 내년 1월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가는 50∼299인 사업장의 혼란 우려에 대해 "충분한 계도기간을 줘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특례 제외 업종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1 대 1 밀착 관리를 통해 근무체계 개편 등 다양한 대책 마련을 위한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특례 제외 업종의 노동시간 단축을 앞두고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되는 만큼, 조만간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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