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 낮추려면 경유 가격 휘발유 수준으로 올려야"

입력 2019-06-16 06:55
"미세먼지 농도 낮추려면 경유 가격 휘발유 수준으로 올려야"

강광규 KEI 명예연구위원 주장…"미세먼지 해결하려면 부담 감수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1군 발암물질인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려면 경유의 상대 가격을 높여 휘발유 수준에 가깝게 조정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제기됐다.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명예연구위원은 16일 '수송 부문 친환경 에너지 가격 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미세먼지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주요 발생 원인인 경유차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며 "휘발유 등 경쟁 연료에 대한 경유 상대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전국 주유소 평균 ℓ당 판매가격은 경유가 휘발유의 88.0% 수준이다.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은 2000년 49.1%에서 2005년 75.4%, 2007년 83.4%로 꾸준히 높아진 뒤 2010년 87.9%, 2015년 86.0%, 작년 88.0%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05년 수송용 연료 가격구조 개편 결과다. 당시 정부는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경유차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경유 상대 가격을 인상했다.

전국 자동차 등록 대수를 살펴보면 2013년에는 휘발유차 939만대, 경유차 739만대로 휘발유차가 약 200만대 많았다.

이후 경유차가 증가하면서 이 차이는 크게 줄었다. 작년에는 휘발유차 1천62만대, 경유차 992만대로 약 70만대로 좁혀졌다.

강 위원은 "경유 상대 가격이 대폭 상승했는데도 경유차가 많이 늘어난 것은 경유차 연비가 우수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경유차의 연비 우수성은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을 전제로 얻은 것으로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의 대표적인 원인 물질이다. 특히 경유차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로 만들어진 미세먼지는 독성이 유난히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위원은 "결국 경유 가격이 휘발유에 근접하도록 가격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며 "법률 개정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율·개별소비세율을 변경하거나, 법률 개정 없이 탄력세율·조정세율을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유차 중에서도 미세먼지 배출이 특히 많은 화물차의 경우 소형은 액화석유가스(LPG), 중대형은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차로 바꿔야 한다고 강 위원은 제안했다.

그는 "경유 가격을 인상하면 경유차 소유자와 생산자, 세수 당국, 물가 당국, 석유사업자가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면서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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