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끝난 日아베 어설픈 '중재외교'…거센 비판여론 직면

입력 2019-06-15 12:43
빈손으로 끝난 日아베 어설픈 '중재외교'…거센 비판여론 직면

日언론 "이란 공격, 부정도 시인도 못 하는 아베의 딜레마에 빠져"

美WSJ "'초보자' 아베, 이미지 제고 노렸지만 정세 더 불안정해져"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성과 없이 끝난 이란 방문 후 국내 정치권은 물론 국내외 언론으로부터도 냉소 섞인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란 방문 중 일본 관계 유조선들이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아베 정권이 빠져 있는 딜레마를 지적하고 있으며, 아베 총리를 '초보자'라고 표현하며 이란 방문에 냉소를 날린 미국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15일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 후 야권에서 "아베 총리의 중재 외교가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아베 정권이 미일 무역협상과 육상형 이지스(이지스 어쇼어) 배치 문제, 연금의 안정성 문제 등과 함께 외교와 내정 양면에서 공격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국민민주당의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국회대책위원장은 전날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유조선 공격에 대해) 이란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진짜인지 국회 예산위원회를 열어 논의하자"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이 성과 없이 끝난 데다, 방문 중 일본 관련 유조선이 공격을 받은 것을 국회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해 아베 총리의 외교 실패를 부각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여권은 이런 야권의 예산위원회 개최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

일본공산당의 가사이 아키라(笠井亮) 정책위원장도 전날 기자들에게 "핵합의를 지키라고 말할 상대는 이란이 아니라 (핵합의에서) 이탈한 트럼프 정권"이라며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미국과 이란 사이 핵(核) 갈등을 중재하겠다며 12~14일 이란을 방문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잇따라 만났지만, 이란 측이 미국을 비판하고 협상 가능성마저 부정하면서 긴장이 오히려 고조됐다.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 중인 13일에는 일본과 관련된 2척의 유조선이 피격을 당했고, 미국 측은 공격 주체를 이란으로 지목했지만 일본 정부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총리 방문 중 피격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며 "미국의 주장대로 이란이 공격한 것이면 아베 총리의 체면이 망가지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미국 측의 주장에 동조하면 중동 긴장완화를 목표로 한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의 의의가 흔들리는 데다 일본과 이란 사이의 관계도 손상된다"면서 "일본 정부 내에서 '최악의 타이밍에 사건이 일어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신문도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 후 정세가 오히려 긴박해졌다"며 "외교 성과를 내외에 과시하려던 아베 총리의 노림수가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호 비방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일본이 딜레마에 빠져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과 관련해서는 미국 언론으로부터도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교도통신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자에 "중동 평화와 관련해 초보자인 아베 총리가 상처를 동반한 교훈을 얻었다"고 보도했다며, 아베 총리의 중동 외교에 대한 미국 내 냉소적인 반응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보도에서 "일본 지도자의 41년만의 이란 방문이 끝나자 미국과 이란의 대립 관계는 이전보다 더 불안정해졌다"며 아베 총리가 '미국-이란 간 성실한 대화를 바란다'고 말한 직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로부터 (미국에 대한) 비난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WSJ는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 의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신문은 일본의 여름 참의원 선거를 언급하며 "아베 총리가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기를 바라며 일본 지도자들이 전통적으로 피해왔던 중동의 긴장완화 분야에 발을 들여놨다"고 지적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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