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줄무늬는 체온조절용"…서식지서 첫 실증 연구
짝짓기용·위장용 등 다양한 가설에 종지부 찍을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얼룩말의 줄무늬가 체온조절용이라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나와 얼룩말의 줄무늬 용도를 둘러싼 다양한 가설과 논란에 종지부가 찍힐지 주목된다.
국제 출판그룹 '테일러 앤드 프랜시스 그룹'에 따르면 동물학자인 남편과 함께 얼룩말을 연구해온 아마추어 동물연구가 앨리슨 콥(85)은 야생 환경에서는 처음으로 얼룩말의 줄무늬 효과를 관찰한 연구결과를 영국자연사박물관 학술지인 '자연사저널(Journal of Natural History)'에 실었다.
콥 부부는 얼룩말이 '라테린(latherin)'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피부에서 털끝으로 땀을 배출하고, 줄무늬 사이에서 작은 대류(對流)를 일으켜 배출된 땀을 증발시키며, 검은색 줄무늬 부분의 털을 세워 열 발산을 촉진하는 등 3가지 요소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체온을 조절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땀을 배출할 때 라테린을 이용하는 것은 일반 말도 마찬가지지만 줄무늬 사이의 온도 차이로 공기 흐름이 발생하고 검은 줄무늬의 털을 세워 체온을 조절하는 것은 얼룩말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성이다.
콥 부부는 이번 연구를 위해 사하라사막 이남에서 암수 한 마리씩의 얼룩말을 수년간 관찰하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빨래건조대에 얼룩말의 줄무늬 가죽을 씌워 비교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살아있는 얼룩말의 검은색 줄무늬 부분 온도는 한낮에 흰색보다 약 12~15도가량 높아지다가 안정화됐지만, 빨래건조대에 씌운 줄무늬 가죽에서는 이보다 16도가량 더 높아졌다.
검은색과 흰색 줄무늬 부분의 온도 차이로 줄무늬 안과 바로 윗부분에 작은 공기 흐름이 발생하면 털끝에서 땀의 증발이 촉진되는 것으로 콥 부부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얼룩말이 흰색 부분은 그대로 둔 채 검은색 털을 세우는 독특한 능력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는 것은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콥 부부는 한낮에 검은색과 흰색 줄무늬 사이에 온도 차이가 있을 때 검은 털을 세우면 피부에서 털끝으로 땀을 배출하는 것을 돕고, 반대로 줄무늬 간 온도 차이가 없는 이른 아침에는 세워진 검은 털이 체온 손실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콥 부부는 또 줄무늬로 인한 불안정한 공기 흐름이 물것이 달라붙는 것을 막는 부차적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얼룩말의 줄무늬가 체온조절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적도 인근 더운 곳에 서식하는 얼룩말일수록 줄무늬가 선명하다는 연구 등을 통해 이미 제기된 바 있으나, 이후로도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위장용이나 얼룩말끼리의 친교, 물것 퇴치용 등 다양한 학설이 제기돼왔다.
논문 제1저자인 앨리슨은 "얼룩말이 체온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현명하고 복잡하며, 훌륭하다"면서 "얼룩말 줄무늬가 어떻게 체온을 조절하는지 증거를 모아 완전히 이해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나는 이미 85세가 돼 다른 연구자들의 몫"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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