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시장교란" vs" 기득권 유지" 한중합작 철강공장 유치 갈등
세계 1위 스테인리스 제조사 국내 진출 추진에 철강업계 강력 반발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최근 세계 1위 스테인리스 원자재 제조사인 중국 칭산 철강그룹이 국내 기업과 합작법인으로 부산에 대규모 냉연공장 신설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철강업계는 술렁였다.
한국철강협회는 부산시에 칭산철강 부산공장 투자건 검토 백지화를 촉구하는 자료를 내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포스코 노동조합을 비롯해 포항 경제계와 노동계도 크게 반발했다.
부산시는 예상 밖 철강업계 반발에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 中 칭산철강·韓 길산그룹 합작법인 부산 진출
세계 1위 스테인리스 원자재 제조사인 중국 칭산철강과 국내 파이프 제조사인 길산그룹이 50대 50 공동투자로 합작법인인 GTS를 만들었다.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 외국인투자부지에 스테인리스 냉연 제조공장을 건립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부산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GTS가 부산시에 제출한 투자의향서를 보면 공장 용지는 2만2천㎡, 연간 생산능력은 50∼60만t가량이다.
연간 국내 시장수요는 100만∼110만t으로 알려져 있다.
칭산철강은 설비투자와 기술 이전을 담당하며 소재를 GTS 공장에 공급하고, 길산그룹은 공장 운영을 총괄하며 제조, 영업, 판매권을 모두 갖는다는 계획이다.
GTS 측은 공장건립으로 50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통과 제조 수출입 물류 같은 간접 고용 인원을 포함하면 최대 2천명 이상, 1만명까지도 고용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부·울·경에 있는 자동차·기계부품·조선기자재 업체에 경쟁력 있는 소재를 공급해 지역 업체 제품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철강업계 "국내 시장교란" 반발
철강업계는 이미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주장한다.
특히 중국 자본이 투입돼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면 기존 철강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 제조사는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비앤지스틸, 대양금속 등이다.
먼저 한국철강협회가 지난달 30일 "칭산철강 국내 진출은 국제 무역규제로 인한 열연 제품 판로 축소에 대응한 우회 수출 거점과 신규 판매처 확보 의도로 파악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가장 반발이 심한 곳은 포스코가 있는 포항 경제계와 노동계다.
포항시,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경북동부경영자협회, 한국노총포항지역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포항지역본부, 포스코노동조합도 지난 10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했다.
이미 공급 과잉 상태인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업계에 칭산철강이 저가 열연 사용과 외국인투자기업 세제 혜택을 무기로 냉연제품을 대량 판매할 경우 국내 수요 전체를 잠식하는 시장교란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칭산철강이 국내 생산거점을 마련할 경우 국내 스테인리스강 냉연 제조업 기반을 붕괴시키고 동종업계 가동 중단으로 오히려 5천여명의 대규모 실직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창원 상공회의소도 철강산업은 모든 산업 분야에 연관 효과가 크기 때문에 국내산업 보호 등 국가적 관점에서 유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GTS "대기업 기득권 지키기", 부산시 "종합적 고려, 유치 결정"
GTS 측은 국내 철강업계 반발은 대기업 기득권 지키기라고 맞섰다.
GTS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스테인리스 냉연 제조를 포스코 등 대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고가격 정책과 비합리적인 시장 운영을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중견·중소기업 원가경쟁력 저하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어 중국회사와 합작법인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60만t 중 내수 판매량은 18만t에 불과한데 마치 시장을 다 잠식해버릴 것이라는 논리는 기득권을 지키고 싶어하는 대기업 논리이다"며 "오히려 칭산철강에서 수입하던 연 24만t(수입량 65%)에 달하던 물량이 전부 국내생산으로 대체되는 이점도 있다"고 맞섰다.
지역경제 긍정적인 요인이 많아 투자의향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부산시는 철강업계 강력 반발에 난감한 처지가 됐다.
부산시는 업계 기득권 싸움을 넘어 자칫 지역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검토 단계이며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고용 유발이나 환경문제, 투자금액, 통상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유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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