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이 마약 의혹 일파만파…잇단 'YG발' 논란
경찰 수사 무마 의혹·위너 이승훈 사건 은폐 가담 주장도 나와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23)의 마약 의혹이 일파만파다.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의 경찰 수사 무마 의혹과 다른 소속 그룹 멤버가 비아이의 마약 의혹 은폐에 연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비아이가 2016년 가수 연습생 출신 한서희 씨에게 마약을 구매하려 한 정황이 알려지며 아이콘을 탈퇴한 가운데 14일 디스패치는 위너의 이승훈이 당시 한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만남을 요청하며 YG의 사건 은폐에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승훈이 YG 측과 한씨의 만남 주선에 개입하고, YG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경찰 조사를 받던 한씨를 만나 비아이와 관련한 진술을 번복하도록 종용했다는 주장이다.
10~20대가 주소비층인 아이돌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사가 범죄수사물 속 스토리 같은 의혹들에 휘말리자 YG는 또다시 맹렬한 비판의 중심에 섰다.
◇ 한서희 "양현석 개입, 경찰 유착이 핵심"…이승훈도 거론돼
한씨는 지난 2016년 8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용인동부경찰서에 긴급체포됐다. 비슷한 시기 YG 소속 그룹 빅뱅의 멤버 탑과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기도 했다.
한씨는 3년 전 경찰 조사에서 비아이의 마약 구매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를 이유로 둘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입수했음에도 비아이를 소환조사 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지난 1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당시 YG가 경찰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취지의 공익신고가 접수된 사실이 전해졌다. 한 매체는 비실명 공익신고자였던 인물이 한씨라고 지목했고 그의 이름은 포털 검색어에 오르며 관심이 집중됐다.
실명이 거론된 한씨는 14일 자신의 SNS에 "제 이름이 이렇게 빨리 알려질지 몰랐다"면서 "제가 염려하는 부분은 양현석이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하며 협박한 부분, 경찰 유착 등이 핵심 포인트인데 그 제보자가 저라는 이유만으로 저한테만 초점이 쏠릴 것이 걱정된다"란 글을 올렸다.
그러자 이날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사건을 염두에 두고 비실명 공익신고자가 누구인지 그 신분을 특정하거나 유추한 보도는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관계기관과 언론에 전달했다. 하지만 한씨가 사실상 공익신고자가 자신임을 인정함으로써, 권익위 주의 당부는 무색해졌다.
한씨가 YG 사건 개입을 주장한 가운데 디스패치는 YG 관계자와 한씨의 만남을 주선한 인물이 이승훈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승훈과 한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둘이 약속한 자리에 YG 관계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YG는 아직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사회적인 지탄 YG…비아이 퇴출로 '꼬리 자르기' 비판도
논란이 뜨거워지자 쇄신을 거듭 강조하던 YG는 다시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미 올해 초 속 가수였던 빅뱅 승리의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의 성 접대 의혹 등으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은 데다 유독 소속 연예인들의 마약 의혹이 끊이질 않아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획사의 연예계 활동을 정지시키고 내부 조사를 해야 한다는 청원 글도 올라왔다. 그간 소속 가수들이 잇단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공염불처럼 내놓은 공식 사과도 누리꾼들의 조롱을 받았다. 악동뮤지션, 이하이 등 다른 소속 가수들에게 YG에서 나오라는 누리꾼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번 비아이의 마약 의혹은 YG에 심각한 타격이다.
비아이가 몸담았던 아이콘은 위너, 블랙핑크와 함께 YG를 이끄는 차세대 동력으로 글로벌 시장 전망도 밝았다. 근래 일련의 사건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신뢰가 바닥을 친 YG를 회복시킬 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그중 비아이는 팀의 음악 창작을 주도한 멤버로, '제2의 지드래곤'이라 비견되며 YG와 팬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아이콘 히트곡 '취향저격'과 '사랑을 했다' 작사, 작곡을 비롯해 블랙핑크 '휘파람' 등 YG 여러 가수의 곡 작업에 참여했다. 그만큼 팬들의 충격도 크다.
YG는 이전과 달리 비아이를 발 빠르게 퇴출하는 대처법을 내놨다. 과거 YG가 빅뱅 지드래곤과 탑, 투애니원 출신 박봄 등 소속 연예인의 마약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감싸고 방어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 때문에 몇 차례 사건에서 수사 기관의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됐지만, YG는 시간을 두고 가수들의 활동을 재개시켰고 성장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건재했다.
그러나 승리 사태를 통해 회사가 쑥대밭이 되다시피 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대처 방식을 바꿨다. 승리에 이어 비아이와도 계약 해지를 했다. 이 모습은 관련 사건에 발을 빼는 듯한 행태로 비치며 '꼬리 자르기'란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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