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집단자위권 인정' 안보관련법 첫 위헌 증언 나와
前 내각법제국 장관 "정부 기존해석에도 명백히 배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일본의 안보관련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법정에서 처음 제기됐다고 도쿄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집단적자위권은 긴밀한 관계인 동맹국이 제3국의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자국에 대한 도발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본 반전 운동가들과 시민단체들은 2015년 안보관련법 제·개정으로 행사가 가능해진 집단적자위권으로 인해 미국 주도의 분쟁에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여지가 커졌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야자키 레이이치(宮崎?壹) 전 내각법제국 장관은 전날 군마(群馬)현 마에바시(前橋) 지방재판소(지법)에서 열린 집단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5년 제·개정된 11개 안보관련법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군마현 주민이 주축이 된 208명은 일본 자위대가 집단적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무력공격사태 대처법 등 안보관련법을 문제 삼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레이이치 전 장관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안보관련법은 헌법 9조와 정부의 기존 해석에도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일본 곳곳에서 제기된 안보법 관련 소송에서 증인신문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제1차 집권기를 포함해 2006~2010년 내각법제국을 이끈 레이이치 전 장관은 집단적자위권 행사는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정리한 1972년도 일본 정부 견해를 거론하면서 집단적자위권 행사는 현행 헌법이 용인하는 자위 조치를 넘어서 위헌이라는 게 정부와 국회의 일관된 해석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일본 정부가 2014년 7월 각의 결정을 통해 집단적자위권을 한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바꾼 '무력행사 신(新) 3요건'에 대해 "내용이 극히 모호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력 보유와 무력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력행사 신(新) 3요건'은 일본이나 밀접한 관계인 다른 나라가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나 그로 인해 일본국민이 명백한 위험에 처해 집단적자위권 행사 외의 방법이 없을 때 필요한 최소한의 실력을 행사토록 하고 있다.
레이이치 전 장관은 밀접한 관계인 다른 나라에 대한 무력공격을 주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무력을 행사하는 경우 존립위기 사태가 소멸했다고 해서 일본만 전선에서 이탈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참화를 겪고서 현행 헌법을 손에 넣은 일본으로선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줄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의무라고 말했다.
이날 소송에서는 헌법 전문가인 무사시노(武藏野)미술대학의 시다 요코(志田陽子) 교수(헌법학) 등의 증인신문이 함께 이뤄졌다.
시다 교수는 "원고들이 안보관련법으로 인격권을 침해받아 법적 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parksj@yna.co.kr
(계속)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