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피격에 긴장하는 석유시장…가격급등·공급차질 우려

입력 2019-06-14 09:59
유조선 피격에 긴장하는 석유시장…가격급등·공급차질 우려

"호르무즈 대안 없다" 원유·LNG 뚜렷한 가격상승 요인

경기둔화·무역전쟁 등 하락요인에 "50∼100달러" 전망 혼조

"위험해 못 다닌다" 운송·보험료 할증에 수출입비용 증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오만해를 지나던 유조선이 습격당하자 국제 석유 시장과 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피격 해역이 전 세계 원유, 석유제품의 3분의 1 정도가 지나는 길목이어서 공급 차질에 따른 유가 상승, 운송비용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일단 국제유가의 상승요인이다.

유조선 공격의 재발 우려 때문에 운항 감소로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시장에서 최근 내림세를 거듭하던 원유 선물가격은 이날 큰 폭으로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날보다 2.2% 오른 배럴당 52.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8월물도 전날보다 배럴당 2.23% 오른 61.3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아직 가해자가 확인되지 않은 이번 유조선 공격이 발생한 곳은 호르무즈해협과 맞닿은 오만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오만, 이란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해협은 가장 좁은 부문의 폭이 21마일(33.8㎞)이지만 뱃길의 너비는 2마일(3.2㎞)에 불과하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등 걸프 산유국들은 전 세계 수요량의 20%에 달하는 하루 1천800만 배럴의 원유 중 대부분을 이 해협을 통해 보낸다.

걸프국들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우디가 홍해로 가는 송유관을 건축하는 등 대안을 모색했으나 번번이 다른 공격에 노출돼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걸프국들의 석유를 운송할 통로는 사실상 호르무즈해협밖에 없다는 것이다.

파올로 다미코 국제중립유조선주협회(IAITO) 회장은 "모든 국적의 선박과 선원들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난다"며 "이 해역이 안전하지 않으면 서방 전체의 공급이 위험해진다"고 설명했다.



중동 긴장이 국제유가가 뚜렷한 상승요인이기는 하지만 실제 가격이 어느 수준에서 형성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갈등이 쌍방의 무력충돌과 같은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는 한 다른 변수들 때문에 가격상승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미중의 무역전쟁과 중국의 경기 부진 등에 따른 석유 수요의 감소는 유가 하락요인이다.

아울러 셰일오일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폭발적인 원유 공급량 증가도 유가 상승을 억누를 변수로 주목된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유가가 가라앉을 수도, 치솟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헤지펀드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는 "유조선 피격 전까지는 유가(브렌트유)가 배럴당 50달러로 향했지만 중동 긴장이 격화하면 배럴당 100달러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왕립은행(RBC)의 글로벌 원자재 전략 부문 대표인 헬미아 크로프트는 "유가가 (브렌트유의 경우) 60달러대부터 80달러대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로프트는 수요와 공급 양면에서 힘이 작용하고 있다며 무역전쟁 때문에 60달러대가 되거나 무역전쟁 우려가 해소될 때 주요 지정학적 사건 때문에 80달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원유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 또한 걸프 지역 불안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오만을 비롯한 중동은 세계 LNG 생산량의 26%를 차지한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의 LNG 수출은 반드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처지다.

세계 LNG 중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물동량을 영국 에너지그룹 BP는 29%, EIA는 30% 정도로 추산했다.

블룸버그는 LNG가 세계 가스 시장의 성장동력이라며 석탄 의존도를 낮춰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원유나 LNG 가격뿐만 아니라 이들을 실어나르는 운송료, 보험료도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원유 중개인은 "원유 1건, 디젤 3건의 운송 주문을 올렸는데 선박을 내놓겠다는 곳이 없었다"며 최근 수년간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운송 보험료는 이미 올해 5월 초 사우디 유조선 2척이 공격을 받은 뒤 선박의 크기에 따라 5∼10%에 달하는 할증액이 붙었다.

발틱해국제해운협회(BIMCO)의 운송 애널리스트인 피터 샌드는 "리스크가 현재 뚜렷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선주나 선사들이 운송료에 할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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