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정지 위기·중국 철강 진출설' 악재에 머리 싸맨 포스코
연관업체 피해로 국가경제 타격 불가피…대책 마련 고심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포스코가 내우외환으로 악재가 겹치면서 해결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고로 블리더(bleeder)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논란으로 조업정지 처분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외부적으로는 중국 스테인리스강 업체가 국내에 진출할 움직임을 보여 스테인리스강 매출 타격은 물론 연관업체 줄도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 블리더 개방 논란에 조업정지 눈앞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모두 고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을 걸러주는 방지시설이 없는 블리더란 안전밸브를 개방해 가스를 배출했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의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 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제철소가 있는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경북도, 전남도, 충남도는 비정상적 상황에서만 블리더를 열어야 하는데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열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고로 정비 중에 폭발을 방지하려면 블리더를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에 고로를 운용하는 철강회사는 모두 똑같은 공정을 거치는 만큼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10일간 조업을 정지한다고 해서 이후 곧바로 조업을 재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철강회사는 고로에 쇳물이 굳으면 설비를 다시 갖춰야 하므로 6개월 정도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더군다나 문제가 된 포항제철소 2고로 외에도 다른 고로도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도미노 조업정지는 불가피하다.
조업정지는 연관 기업 타격으로 이어진다.
쇠가 '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대부분 산업에 쓰이는 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포스코는 이런 점을 행정기관에 알리고 청문 절차를 요청했지만 이후 조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행정소송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환경부가 민관환경전문가 협의체를 만들어 2개월 이내에 대책과 대안을 마련하기로 함에 따라 행정처분은 늦춰질 전망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단시간에 블리더에 대기오염 저감장치를 설치할 기술을 개발하기 어려운 만큼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내 복수노동조합인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과 민주노총 포스코지회,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여성기업협의회, 포항뿌리회, 포항향토청년회 등 포항 15개 경제·시민단체는 잇따라 행정처분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허대만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13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코는 50년간 상황을 방치해 온 책임에 대해 사과하고 적극적인 설비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며 "행정기관은 시민과 포스코 구성원 우려를 고려해 조업정지 조치를 유예하고 현실적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중국 스테인리스강 업체 국내 진출설에 긴장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스테인리스강 1위 업체인 중국 칭산강철그룹이 부산에 대규모 스테인리스강 냉연공장 건립을 추진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와 포스코가 긴장하고 있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칭산강철그룹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출판로 확보를 위한 우회 투자처로 한국 진출을 모색해 지난 5월 27일 부산 미음공단에 냉연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이 업체가 연간 50만∼60만t 규모 스테인리스강 냉연공장을 건설할 경우 국내 스테인리스강 업체 피해는 불가피하다.
스테인리스강은 쇠의 단점인 녹스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니켈 등을 섞어 내식성을 높인 쇠다.
철강업체는 열연작업을 거친 스테인리스강을 냉연공장에서 가공한 뒤 판매한다.
철강협회는 칭산강철이 수입산 저가 열연 스테인리스강을 들여와 부산 냉연공장에서 가공해 저가로 시장에 내놓으면 국내업체가 고사할 것으로 본다.
또 중국·인도네시아산 소재를 가공한 칭산강철 냉연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출되면 한국은 중국의 우회 수출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고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무역제재 확대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규 투자유치에 따른 고용창출(500명)보다 기존 국내 동종업계(총 고용인원 약 5천명) 가동 중단에 따른 대규모 실직 타격이 커 국가 경제 모든 면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으로 우려한다.
부산시는 13일 칭산그룹 냉연공장 건립과 관련해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완전히 백지화하지는 않은 만큼 포스코는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포항남·울릉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박명재 국회의원은 12일 부산시의 칭산강철 부산공장 투자 검토를 백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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