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부정선거' 규탄시위 참가자 강제연행 '인권침해' 논란

입력 2019-06-13 17:54
카자흐 '부정선거' 규탄시위 참가자 강제연행 '인권침해' 논란

한때 700여명 연행…SNS 등 인터넷 차단 4일간 이어져

(알마티=연합뉴스) = 집권당 승리로 끝난 조기 대선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카자흐스탄에서 '부정선거' 규탄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경찰의 무작위 강제연행을 놓고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알마티시 아스타나 광장 등지에서 일어난 산발적인 시위 과정에서 카자흐스탄 경찰은 시위대뿐만 아니라 인근에 사는 주민들까지 강제로 연행했다고 키르기스스탄 '생방송' 등 외신들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르게이 두바노프 카자흐스탄 인권보호위원은 "(경찰은) 유모차로 산책하려는 주민의 보행을 막았다"며 "신분증을 보여주려던 인근 주민들의 항의도 무시한 채 강제 연행했다.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다"라고 지적했다.

아이굴 아스케르바예바는 "남편이 집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러 내려갔다가 행방불명됐다"며 "하루가 지났지만 어디로 연행됐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외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수도 누르술탄(옛 아스타나)과 알마티에서 선거일인 지난 9일부터 나흘간 700명 이상이 강제연행됐다.

연행된 사람들은 24시간이 지난 후 대부분 귀가 조처됐다. 이들 중 일부에게서 구타당한 흔적이 나타났고, 5만 텡게(약 18만원) 정도의 벌금이 부과됐다고 매체들은 보도했다.

지난 12일 밤 누르술탄에서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시위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알마티에서는 30여 명이 연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편, 시위 기간 누르술탄과 알마티에서는 인터넷과 SNS '왓츠앱' 등이 장시간 차단됐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 공식 취임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인터넷 등의 차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몰랐다, 알아보겠다"고 답변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카자흐스탄이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하기 전인 1989년 카자흐 공산당 제1서기(서기장)로 최고통치자 자리에 오른 나자르바예프는 1991년 12월 치러진 첫 민선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후 약 30년 동안 줄곧 최고 권좌에 머물다 지난 3월 19일 자진 사임했다.

임시 대통령직을 맡은 토카예프 대통령은 직접 집권여당 후보로 나섰고, 지난 9일 조기 대선에서 70.96%를 득표해 압승을 거뒀다.



keiflaz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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