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 꼭꼭 숨겨뒀던 신안 해저유물 어디서 났을까

입력 2019-06-13 15:06
수정 2019-06-13 18:25
36년간 꼭꼭 숨겨뒀던 신안 해저유물 어디서 났을까

일본 반출하려다 붙잡힌 60대 "어머니 유품" 주장

경찰, 정부 발굴 때 일부 빼돌려졌을 가능성 배제 안 해

하나씩 종이로 싼 뒤 오동나무 상자에 담아 보관한 덕에 보존상태 훌륭



(대전=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신안해저유물 57점을 36년 동안 숨겨오다 일본으로 반출하려던 60대가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그가 이들 유물을 어떻게 지니게 됐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매장 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A(63) 씨는 경찰에서 "골동품 수집을 취미로 하던 어머니에게 유품으로 물려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품으로 보관하고 있기에 57점은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게 경찰 시각이다.

경찰은 A 씨가 바다 깊이 잠수할 실력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그가 직접 유물들을 도굴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어머니나 그가 누군가로부터 사들였을 텐데 경찰은 1976∼1984년 11차례에 걸쳐 신안 해저유물 매장해역(사적 제274호)에서 이뤄진 정부 발굴 당시 빼돌려진 유물 일부가 암거래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시 발굴을 통해 도자기류 등 유물 2만4천여 점이 물 밖으로 올라왔다.

A 씨가 이들 유물을 손에 넣었다는 1983년은 정부 발굴이 진행되는 동안이다.



경찰은 A 씨에게 일단 도굴 문화재를 보관한 혐의를 적용했다.

그가 국내에서 수차례 장물아비를 만나 "신안에서 나온 물건을 가지고 있다"며 판매를 시도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도굴 문화재임을 알고 보관해왔다는 것이다.

유물을 처분하기 위해 했던 말이 혐의를 입증하는 부메랑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도굴된 신안 해저유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취득해 보관하는 것도 불법"이라며 "유물을 어떻게 구했는지 계속 수사하겠지만 취득 시점이 워낙 오래돼 확인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이 회수한 유물들의 보존상태는 매우 훌륭하다.

A 씨는 유물을 하나씩 종이로 꼼꼼하게 여러 겹 싼 뒤 오동나무 상자에 넣어 장롱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충격을 방지하고 통풍 등 외부요인을 고려해가며 오랜 시간 보관해온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관상태가 매우 훌륭하고 도자기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모습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며 "학술적 자료뿐 아니라 전시 및 교육자료로도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psyk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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