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빅 경기도 분도론] ① 4명중 1명 경기도민…행정ㆍ복지수요 '범람'
인구 팽창으로 갈수록 비대화…서울 추월해 1천400만명 육박
신도시 3기까지 택지개발 집중, 서울→경기 이주 지속
지방분권·균형발전·남북협력 명분 분도론 다시 나와
[※ 편집자 주 = 1987년 당시 집권여당 대선공약으로 처음 제기됐던 '경기도 분도론(分道論)'은 그동안 선거를 비롯한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단골 이슈로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논의가 촉발된 지 30년이 넘도록 의미 있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민선 7기 1년과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경기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분도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덩치가 너무 커진 경기도의 현주소와 경기북부의 현실, 분도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과 전망 등을 3편에 걸쳐 짚어봅니다.]
(수원·의정부=연합뉴스) 김경태 우영식 기자 = 전국 최대의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의 덩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몸집이 불어나 이제 '고도비만'을 걱정해야 하는 상태가 됐다.
올해 5월 기준 경기도 주민등록 인구는 1천314만5천482명이다. 여기에다 등록 외국인 40만여만명까지 합치면 1천400만명에 육박한다.
이는 전국 주민등록 인구(5천184만339명)의 25.4%로, 국민 4명 중 1명은 경기도민인 셈이다.
경기도 인구는 2003년 말 1천만명을 돌파하고 2012년 말 서울시를 추월한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해 서울시의 1.4배, 부산시의 3.9배가 됐다.
이런 인구 팽창세는 진행형이다.
경기도는 1989년 3월 이후 30년간 인구 순유입이 지속했다. 다른 시도로 전출하는 주민보다 경기도 전입하는 주민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만 해도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17만명이 많았다.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이 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서울시 전출자의 5명 중 3명 이상 꼴인 64.6%가 바로 이웃인 경기도로 이동했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시도 내 인구이동 사유는 주택(40.0%), 가족(23.3%), 직업(21.0%) 순이다.
서울시민은 싼 집을 찾아서, 다른 시도 주민은 일자리를 찾아서 경기도로 지속해서 이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신도시를 비롯한 택지 개발과 주택 건설이 경기도에 집중되면서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 면적은 전국의 10%…행정 수요는 2~3배 급증
경기도의 면적은 전국의 10.1%로 전체 시도 중 5번째에 불과하지만, 인구 규모와 더불어 경제 비중 역시 전국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올해 3월 기준 경제활동인구(전국의 25.5%·715만명), 취업자 수(25.6%·687만명), 벤처기업 수(30.8%·1만1천364개), 자동차 등록대수(24.2%·565만대), 무역 규모(수출 22.5%·수입 24.6%) 등이 이를 웅변한다.
2017년 지역내총생산(GRDP)도 전국의 23.9%인 414조원으로 연간 3~5%대 GRDP 성장률이 이어지고 있다.
커지는 덩치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다.
각종 사건·사고는 물론 교통 악화, 복지 수요 증가 등 사회·경제 인프라와 행정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일반직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는 경기도 3천310명, 도내 시군 302명으로 각각 전국 시도 905명, 전국 시군구 229명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소방공무원 수는 전국의 18.5%이지만 30층 이상 건축물 동수는 전국의 29.4%, 화재 발생 건수는 22.8%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 탈서울 현상과 맞물려 인구가 급증하는 경기북부 지역의 경우 사회간접자본과 재정, 행정력이 따라가지 못해 쌓인 불편은 불만으로 표출되고 있다.
◇ 비만 후유증 심화…불만은 경기북부에 집중
직장인 유민정(44) 씨는 지난달 초 서울 강서구에서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로 이사했다. 서울 집값 부담 때문에 직장과의 거리와 출퇴근 시간을 포기했다.
생활 여건이 좋다는 말을 위안 삼아 이사를 결정했지만 열악한 교통망 때문에 매일 출퇴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버스를 타고 나서 전철로 갈아타야 하는데 버스를 한번 놓치면 지각하기 일쑤다. 전철도 중간에 환승해야 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출근 시간이 다소 여유가 있지만, 서울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마다 차량 정체로 직장에 도착하면 녹초가 되기 다반사다.
연천군에서 나고 자란 김성수(58·연천읍) 씨는 수도권이라는 자부심은 고사하고 경기도의 변방이라는 불만이 크다.
그는 "연천의료원이 있기는 하지만 동네의원 수준이어서 대부분 의정부나 일산, 서울 등지 대형 병원으로 보낸다"며 "도로와 철도 등 기반시설이 부족한 데다가 의료시설, 교육인프라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연천군의 경우 국도 3호선 대체 우회도로 건설과 국도 37호선 확장사업이 20년이 넘었는데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경원선 전철 연결도 2022년이나 돼야 개통할 예정이다.
연천군 한 공무원은 "자원봉사대회나 주민자치위원회 모임을 대부분 수원에서 하기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3∼4시간씩 걸려 수원까지 가야 한다"며 "업무상 수원에 한번 다녀오려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말했다.
◇ "부족한 인프라…3년반 지나도 입주율 35%"
서울과 인접한 지리적 여건과 수도권 부동산 수요 때문에 경기도에는 택지 개발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상대적으로 미개발지가 많은 경기북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수도권 동북부 706만3천㎡ 부지에 사업비 3조9천614억원을 들여 조성된 양주시 옥정신도시의 경우 2014년 11월 입주를 시작한 지 3년 반이 지났지만, 입주율은 35%에 머물러 있다.
4만여 가구를 지어 10만6천명을 수용할 목표로 추진됐지만, 지난해까지 11개 블록에 1만2천715 가구가 입주했고 올해 2천330 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다.
게다가 아직 14개 블록 1만1천808 가구는 용지조차 미매각 상태다.
도봉산역에서 옥정까지 15.3㎞를 연결하는 전철 7호선 연장사업은 하반기에나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사업 진척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양주시는 도로와 철도 등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북부 공무원과 주민 상당수는 "도청이 남부에 있다 보니 북부에는 관심이 없다"며 "주민·공무원 불편을 해소하고 경기북부에 맞는 발전을 꾀하려면 분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기연구원은 분도론 이슈를 계기로 분석해 올해 3월 발표한 '경기북부의 오늘과 미래' 보고서에서 "경기북부 주민은 전국 시도 중 11번째 정도의 위치로 인식하고 있으며, 양적 성장으로 보면 광역시와 제주도를 제외한 나머지 다른 광역도(道)보다 더 발전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양적 성장과 비교하면 도로 인프라, 재정자립도 등은 취약해 지역경제를 견인할 성장동력이 부족하다"며 "경기북부 주민 삶의 질 격차 해소를 위해 도로 등 기반시설과 복지, 교육, 문화 등 사회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분권 시대와 국토 균형발전, 다가올 남북협력 시대에 맞춰 현재 경기도의 모습이 경쟁력을 갖춘 행정구역인지 의문이 제기된 만큼, 앞으로 분도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의 진척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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