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류허, 그래프 보여주며 경제 브리핑…"외부압력 중국에 도움"(종합)
"외부압력, 中 혁신·자주 능력 높일 것…中 경제 장기적으로 봐라"
"질적 발전이 중요" 강조…단기지표 변화 대응한 추가 부양책에 신중"中경제, 세계와 연결…시장 더 열고 국제관례 존중할 것" 유화 메시지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중 무역협상의 중국 측 책임자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13일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력 속에서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국의 원래 정책 목표인 높은 수준의 '질적 발전'을 추구해나갈 것이라는 뜻을 피력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류 부총리는 13일 "외부 압력은 우리의 혁신·자주 능력을 높이고 고속 발전의 발걸음을 빨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 부총리는 이날 상하이 푸둥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1회 루자쭈이(陸家嘴) 포럼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현재 확실히 외부의 압력에 직면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류 부총리는 이날 직접 미국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외부 압력' 언급은 다분히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류 부총리는 발표 서두에서부터 "중국에는 높은 질적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 추세를 단기적 시각이 아닌 장기적 시각으로 봐달라고 주문하면서 현재 중국 경제가 안정적 상태에 있다고 자평했다.
류 부총리는 "최근에 경제 상황과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당월 데이터를 갖고 정책을 더욱 빨리 내놓으라는 등의 언급을 하는데 장기적 구조 분석이 중요하다"며 "우리 경제는 평온한 발전 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고용률, 물가, 국제수지 등 거시 지표가 합리적 구간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연초 호전 기미를 보였던 중국 경제의 주요 지표가 최근 다시 악화하는 조짐이 나타나자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류 총리의 발언이 시사하는 것처럼 중국 지도부는 아직 연초 내놓은 감세와 인프라 투자를 양대 축으로 하는 대형 부양 패키지를 넘어서는 추가 부양 수단을 내놓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강(易綱) 인민은행장도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상황이 조금 더 나빠져도 현 (부양) 패키지로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물론 만일 상황이 매우 심각하게 나빠진다면 (추가 부양책을) 논의하겠지만 지금 현재는 그런 시나리오를 논의하지는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류 총리는 이날 무대 전면의 대형 스크린에 중국의 각종 경제 지표 그래프가 그려진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띄우면서 직접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고위 지도자가 대형 공개 행사에서 학자나 전문가들처럼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갖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장면이다.
그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도시화율, 서비스업의 경제 성장 공헌도 등의 장기 추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중국 경제의 성장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총부채 비율, 기업 부채비율 등 레버리지 비율 추이 그래프도 화면에 띄우며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이래 강도 높은 부채 감축(디레버리징) 정책을 집행한 결과 부채비율이 줄면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시장 개방을 계속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도 발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류 부총리는 그는 "세계은행 지표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간 계층 소득 표준에 해당하는 이는 이미 4억명이고,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성장 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중국은 세계 기업 발전에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수입과 수출이 계속 확대되고 있고, 국내 시장은 이미 세계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 세계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중국 유관 부처가 조만간 일련의 금융 개방·개혁의 중대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 류 부총리는 "중국은 자본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투자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한편, 시장화·법제화 개혁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국제관례를 더욱 높게 존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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