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시' 스마트폰이 원인?…일 의료계 조사키로
안과의사 42% '급성내사시' 진료 경험, 77%는 '스마트폰이 원인' 추정
전문가, '특수 사례이던 사시, 누구나 발병 가능성에 위기감'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후천적 청소년 '사시(斜視)' 환자를 진찰한 일본 안과의사들로부터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다수 보고돼 일본 의료계가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전국 규모의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일본약시학회 등이 작년 12월부터 금년 2월에 걸쳐 전국 안과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2%가 지난 1년간 후천적으로 눈동자가 안쪽으로 쏠린 채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은 청소년 '급성내사시' 환자를 진료한 일이 있다고 응답했다.
스마트폰이 사시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이 조사에 전국 안과의사 369명이 응했다.
급성내사시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의사의 77%는 "스마트폰 사용이 원인인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있었다"고 답했다.
일본약시학회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사시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전국의 사시환자를 대상으로 장기조사를 벌여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학회 차원의 예방법을 제안하기로 했다.
전국 안과의사들에게 스마트폰 등의 사용빈도와 화면과의 거리, 일정기간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했을 경우의 증상개선 상황, 채택한 치료방법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해 3년 후 학회 차원의 예방법을 제시하고 효과적인 치료법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약시사시학회 이사장인 사토 미호(佐藤美保) 하마마쓰(浜松)의대 교수는 "특수한 사례이던 급성내사시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병이 됐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는데 어떤 사람이 급성내사시가 되기 쉬운지, 사용방법에 따른 영향 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즈오카(靜岡)현의 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은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1년 정도 지난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기 시작해 안과를 찾은 끝에 작년 9월 왼쪽 눈동자가 안쪽으로 쏠린 급성내사시 진단을 받았다. 이 학생은 당시 친구들과 온라인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느라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많을 때는 하루 10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절반 정도로 줄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 결과 8개월 정도 지난 지난달 진찰에서 어긋난 눈동자의 위치가 약간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의사는 눈동자의 위치는 몸 컨디션에 따라서도 매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이 학생의 경우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여서 사시가 개선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사단의 일원으로 국립성육의료연구센터에서 유아진료를 담당하는 니시나 유키코(仁科幸子) 의사는 "스마트폰 등의 사용을 중단해 증상이 개선된 사례가 많은 사실을 고려하면 사시가 될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는 스마트폰의 영향이 특히 크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많이 사용해도 사시가 되지 않는 사람도 많은 만큼 스마트폰이 사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눈의 기능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취학 어린이는 스마트폰 과다사용의 영향을 받기 쉬운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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