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한국인에게 3억 가로채…현지 어학원장 징역 2년6개월

입력 2019-06-13 08:10
필리핀서 한국인에게 3억 가로채…현지 어학원장 징역 2년6개월

자녀 유학보낸 학부모들 속여 학비·부동산 자금 '꿀꺽'…도박으로 탕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필리핀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면서 한국인 학부모 등을 속여 총 2억9천여만원을 가로챈 30대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 노진영 부장판사는 사기·횡령·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어학원장 김모(36)씨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편취금 4천200여만원을 배상 신청인들에게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고 13일 밝혔다.

2008년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어학원을 운영해온 김씨는 2016년께 자신의 어학원에 아들을 입학시킨 피해자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 유학을 위해 매매계약을 체결한 콘도 소유권이전 등기를 도와주겠다. 잔금을 보내달라"고 속여 6만8천달러(한화 8천400여만원)를 송금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자 B씨에게 현지 부동산 구입 대금 및 계약금 명목으로 9천여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그는 2018년께 A씨 등을 비롯한 학부모 8명에게 "자녀가 국제학교에 합격했다. 입학금과 학비를 대신 내주겠다"고 속여 합계 5천5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로도 기소됐다.

김씨는 이렇게 학부모들로부터 가로챈 돈 대부분을 도박에 쓰거나 사채업자들에게 빌린 도박 빚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알고 지내던 다른 한국인들에게도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16년 피해자 C씨에게 연락해 "내가 아는 사람이 현지 카지노에서 일하는데, 투자하면 월 30%의 이자 수익이 난다"고 속여 10여 차례에 걸쳐 총 3천800여만원을 송금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그밖에도 김씨는 2017년 '고소를 당해 필리핀 감옥에 가게 생겼으니 합의금을 대신 내 달라', '학원 운영이 어려우니 돈을 빌려달라'는 식으로 거짓말을 해 다른 지인으로부터 수천여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국제학교 입학허가서와 부동산 공증서류, 학비 영수증 등을 위조해 보여준 사실이 드러나 사문서위조·행사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록 뉘우치고 있으나 어린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어학을 교육하고자 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용해 서류위조도 서슴지 않았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수법이 불량하며, 횟수도 대단히 많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중 A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의 피해가 복구되지도 않았고 용서도 얻지 못했다"며 "국제학교 입학허가서 등을 위조해 대한민국 신인도에 영향이 갈 수도 있는 행위를 한 점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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