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1주년에 만나는 정의용-김여정…'교착해소' 의견 나눌까
北, '김여정이 전달' 통보하며 '책임 있는 인사' 나오라 제의
교착상황서 남북 핵심인사 대면 주목…金, 조문단 파견대신 여동생 보내 예우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남북관계 경색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가장 가까운 인물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보내 고(故) 이희호 여사에 대한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북측은 이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전해온 통지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보내는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기 위해 오후 5시 판문점 통일각에서 만나자며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나가겠다고 알려왔다.
남측 정부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이 나가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받을 예정이다.
조의문과 조화 전달을 매개로 한 것이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불발 이후 정세교착 국면에서 남북한의 핵심 인사가 얼굴을 마주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정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이자 대북특사로 두 차례 방북했다. 김 제1부부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 입지가 위축됐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여전히 김 위원장의 가장 측근으로 꼽히며 지난해 특사로 방남하는 등 남북관계 고비에서도 중요 역할을 했다.
공교롭게도 6·12 북미 공동성명 1주년을 맞는 시점에 이런 두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단순한 조화 전달을 훌쩍 뛰어넘는 이벤트로서 기대감을 모은다.
무엇보다 이날 접촉에서 꽉 막힌 현재의 남북·북미관계 상황에 대한 의견교환이 어떤 형태로든 이뤄질지가 관심이다.
북측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남·대미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대남라인을 개편하면서 남측과의 대화에는 소극적으로 임해왔다.
북한은 최근 각종 남북교류협력 사업이나 대북 인도적 지원에 호응하는 대신 매체 보도를 통해 외세와 공조하지 말고 남북 공동선언의 근본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장외에서 대남 '압박 모드'를 이어온 셈이다.
북측이 조문단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상황에서 방남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런데도 김정은 위원장이 친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을 조의문 전달자로 택한 것은 남북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를 보여주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특히 북측은 이날 통지문에서 남측의 '책임 있는 인사'와 만날 것을 제의, 이번 접촉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보내는 조의문에 이 여사의 남북관계 업적에 대한 평가와 함께 현 남북관계 상황에 대한 인식이 드러날 수도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는 조화와 조의문 전달을 매개로 한 것이어서 심도 있는 의견교환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제1부부장이 조의문을 전달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해온 이 여사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여사는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직접 방북해 조문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소수의 남측 인사였다.
북측 조문단이 방남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중요 인사들이 국내에 없는 상황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부터 16일까지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을 순방하고 있다. 서훈 원장은 이번 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북측이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12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소식과 같은 날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날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아름답고 아주 개인적이며 아주 따뜻한 편지"라고 말했는데, 북미간 분위기 반전의 계기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은, 조문단 대신 여동생 통해 '최대 예우' / 연합뉴스 (Yonhapnews)
kimhyo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