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무장괴한 공격에 어린이도 24명 희생…대부분 등에 총격"
풀라니족 추정 공격으로 도곤족 마을 주민 최소 95명 몰살
도곤-풀리니족 무력충돌 빈발…이슬람 극단주의 개입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발생한 도곤족 학살 사건의 희생자에 어린이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지난 9∼10일 사이 풀라니족으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들이 도곤족 마을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 최소 95명이 숨지고 마을이 잿더미로 변했다.
괴한들은 마을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으며 이 와중에 어린아이들도 상당수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해당 마을을 둘러본 부부 시세 총리는 사망자 가운데 최소 24명이 어린이이며, 이들 대다수는 등에 총을 맞았다고 밝혔다.
[로이터 영상]
시세 총리는 "이번 만행은 치안을 강화해야 할 책임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면서 "불화와 증오로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이 평화롭게 안식하기를 빈다"고 애도를 표했다.
이부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말리 대통령도 스위스 방문 일정을 단축하고 급거 귀국한다고 대통령실이 발표했다. 케이타 대통령은 12일께 피해 마을을 찾을 예정이다.
말리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범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유목민 풀라니족과 수렵 생활을 하는 도곤족 간에는 올 초부터 서로 죽고 죽이는 폭력 사태가 빈발하며 수백명이 희생됐다.
올 3월에는 총기를 든 괴한이 풀라니 마을에 침입해 마을 주민 150명을 몰살하는 일도 있었다. 이는 근래 들어 말리에서 발생한 최악의 유혈사태로 기록됐다.
사건 발생 뒤 치안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4월엔 총리와 내각이 총사퇴하기도 했다.
말리에서는 2012년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북부지역을 장악한 뒤 유혈사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몰아내고자 프랑스가 이듬해 4천500여명의 병력을 파견해 군사 개입했지만, 이후에도 이들의 공격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이슬람 무장단체는 부족 간 갈등을 악용하는 수법으로 유혈 충돌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무력분쟁·테러 통계를 분석하는 다국적 단체인 'ACLED'에 따르면 올해 말리에서 사상 처음으로 부족 간 분쟁에 따른 사망자 수가 이른바 '지하드'(이교도를 상대로 한 이슬람의 성전)에 의한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말리 내 고질적인 부족 간 갈등 속에 현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개입이 더해지면서 무력 충돌이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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