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이 달라졌다"…달라붙는 치마 대신 반바지·티셔츠
'생활 교복', '편한 교복' 권장…학생·학부모도 편의성에 눈 돌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짧고 몸에 달라붙는 교복 치마, 바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들이 편의성과 활동성에 눈을 돌린 영향이다.
12일 광주와 전남 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에서는 91개 중학교 중 71교와 62개 고등학교 중 22교가 최근 몇 년 새 반바지를 도입하는 등 교복 디자인을 바꿨다.
전남에서는 248개 중학교 중 115교와 142개 고등학교 중 42교가 교복을 손봤다.
광주시교육청은 '생활 교복', 전남도교육청은 '편한 교복'이라고 지칭하며 교복 착용의 불편을 줄이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동안 교복은 흰색 셔츠나 블라우스, 재킷 등 일률적인 형태를 보였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남녀 불문하고 길이와 폭을 줄여 몸에 달라붙게 입는 교복이 유행했다.
교복 광고가 아이돌 인기의 척도가 될 만큼 유명 연예인들이 앞다퉈 '날씬하고 길어 보이는' 효과를 강조하면서 학생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에는 흐름이 바뀌었다.
여름에는 반바지와 반발 티셔츠가 대세를 이루고 겨울에는 후드티와 집업 점퍼가 등장했다.
학교들은 치마와 바지, 반바지와 긴바지 등 선택권을 학생에게 주기도 한다.
신축성, 통기성을 강화해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단점을 보완하고 시각적으로도 편안해진 교복에 만족도는 높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특히 여학생들의 반응이 좋다"며 "'현대판 코르셋'이라는 극단적 비유까지 나온 교복의 활동성을 높인 편한 교복을 착용하는 학교가 늘어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교복 또는 일상복 착용 선택권을 주는 교복 자율화 논의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자율에 맡기면 교복보다 일상복을 선호하는 학생들의 경향으로 고가의 교복을 옷장에 모셔두거나 학부모의 자녀 의류 구매비 부담이 늘어나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광주 월곡중에서는 지난해 공청회, 학생·학부모·교사 투표 끝에 교복 착용 자율화 결정을 했다가 신입생 위주로 재설문을 시행해 신입생부터 아예 교복을 없애기로 했다.
의사 결정과 디자인 선택 과정은 민주적이다.
겨울 교복으로 집업 후드를 선택한 광주 살레시오여중에서는 재킷 폐지, 대체 방안, 디자인 등을 학생과 교사의 설문을 통해 결정했다.
학교마다 학생, 학부모의 견해가 다르고 가격, 디자인 등 민감한 사안이 얽혀 교복과 관련한 의사 결정은 몇 차례 구성원 회의를 거쳐야 한다.
광주 한 중학교 교사는 "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학생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어 사전 설명과 질의응답을 거쳐 총회에서 의사 결정을 한다"며 "누구나 입고 싶은 교복을 채택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