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더 무섭다"…투자 급증 베트남서 사기 피해도 속출
"교민에 의한 투자사기 상담, 한 달에 한 번 이상"…유형도 다양
"현지 공안, 한국인 간의 사건이니 대화로 잘 해결하라며 미온적"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베트남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과 개인의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우리 교민에 의해 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1차 협력사인 A사는 2017년 12월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서 현지 교민이 운영하는 B사에 공장 건립을 맡겼다.
그러나 B사는 당초 계약할 때 약속했던 계약이행보증서 등을 제공하지 않았고, 지난해 6월에는 하청업체가 B사로부터 돈을 받지 못했다며 공사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A사는 지난해 10월 B사를 현지 공안(경찰)에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최근 B사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자 A사 대표는 지난 9일 철저한 재조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공공질서 위반 등의 이유로 체포돼 강제 출국 처분을 받았다.
모 대기업 계열사인 C사도 2017년 1월 베트남 중부 빈딘성에서 B사에 공장 건립을 맡겼다가 낭패를 당했다.
하청업체들이 B사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공사를 중단한 뒤 이미 납품한 자재를 회수하겠다며 반발하는 바람에 공사대금 10억원가량을 추가로 지급해야 했다. 전체 공기도 6개월가량 지연됐다.
C사 관계자는 13일 "공안에 고소해도 사건이 흐지부지됐다"면서 "억울하고 분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베트남 북부 하난성에서는 대규모 공장을 짓는 우리나라 교민의 건설사에 현지에 진출한 다수 기업이 자재와 설비 등을 납품했다가 2017년 5월께 해당 건설사 대표의 잠적으로 40억∼50억원을 떼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건설사는 납품업체와의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는 방식으로 현지의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 피해업체들이 공안에 신고도 못 했다.
한 피해업체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건실한 기업인 것 같아서 믿고 납품했다가 완전히 당했다"면서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이 더 무섭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 교민에게 피해를 봤다며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에 상담을 요청하는 것만 해도 한 달에 한 건 이상은 꼭 있다고 대사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알려지지 않은 피해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대사관 측은 보고 있다.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공장 건립이나 법인 설립을 해주겠다고 접근해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야 한다며 돈을 받고 잠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 아파트 분양을 받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챙기고 달아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피해가 발생해도 현지 공안에서는 "한국인끼리 발생한 사건이니 대화로 잘 해결해보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아 사건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현지 업계와 교민들은 입을 모았다.
코트라(KOTRA) 베트남 하노이무역관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 3월까지 우리나라의 베트남 직접 투자 규모는 모두 7천661건, 640억1천만 달러(약 75조6천278억원)로 집계돼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2015년 연간 투자 건수가 처음으로 1천건을 넘어 1천29건을 기록한 후 2016년 1천263건, 2017년 1천339건, 2018년 1천446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까지 319건이 투자됐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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