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 "홍콩 대규모 폭력시위에 美개입 있었다"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 관영 언론이 지난 9일 홍콩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에 대해 "미국 등 외국 세력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주동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글로벌타임스는 "폭력적인 사건으로 홍콩의 안정과 번영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12일 지적했다.
또한 "외국 세력, 특히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홍콩의 극단적 분리주의자들이 그런 심각한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이 신문은 홍콩 언론을 인용해 시위대가 병과 쇠파이프로 경찰을 공격했다고 강조했다.
홍콩발전민주연맹의 훙캄인은 "폭력적 행위는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 이런 폭력을 계획하고 실행한 사람들을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등의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의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9일의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시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0만 명이 넘는 홍콩 시민이 참가했다. 법안 심의일인 12일에도 시위가 일어났다.
훙콩발전민주연맹의 훙캄인은 범죄인 인도법안이 다른 많은 나라에서는 매우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질랜드 법원은 전날 중국의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고문을 이유로 한국인 김모씨의 중국 송환을 막았다. 뉴질랜드 정부의 송환 결정을 뒤집고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30년간 거주한 김씨는 지난 2009년 상하이에서 중국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중국에는 고문이 광범위하게 남아있으며 고문으로 얻은 자백이 증거로 인정되는 일이 통상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중국은 홍콩 문제를 놓고 미국과 연일 충돌하고 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홍콩 시위 후 브리핑에서 "홍콩 정부의 법안에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일국양제가 계속 침해당하고 있으며 이는 홍콩이 오랫동안 확립해온 특수 지위를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일국양제는 하나의 국가이지만 두 개의 다른 체제로 운영되는 것으로 1997년 홍콩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 내의 일"이라고 반발하면서 "미국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홍콩 대표인 챈축하이는 이번 시위가 중국과 미국 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발생했다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미국이 영향력을 활용해 홍콩 문제를 놓고 중국에 골칫거리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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