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참사 전 '선박 통행량 위험수위' 경고 있었지만 무시"
美 NYT 보도…부다페스트市 최소 두 건의 보고서 통해 위험 인지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헝가리 유람선 참사가 발생하기 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의 선박 교통량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잇따랐으나 헝가리 당국이 이를 무시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헝가리 부다페스트시는 최소 두 건의 보고서를 통해 다뉴브강을 떠다니는 선박 수가 지나치게 많고 국제 크루즈선과 지역 유람선 간 소통이 부족해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받았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우선 부다페스트시가 의뢰해 작성된 2013년 연구보고서에는 유람선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다뉴브강의 물길이 혼잡해지는 등 여러 우려되는 상황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부다페스트 교통 당국이 작성한 연구보고서도 다뉴브강을 오가는 관광 유람선과 다른 선박 간 더 많은 협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광 산업이 큰 수입원인 헝가리의 중앙 정부와 시 당국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위험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다.
1990∼2010년 부다페스트 시장을 지낸 가보르 뎀스키는 "시 공무원들이 매우 혼잡한 다뉴브강의 사고 위험에 대해 경고를 받았지만, 대응에 실패했다"면서 "그것(다뉴브강 관광)은 매우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짚었다.
부다페스트 주민들도 다뉴브강의 선박 통행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을뿐더러 이로 인해 대기 오염도 심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다페스트 관광산업 분야의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사고 이후 한동안 당국이 허가 없이 운행하는 선박들을 단속하면서 통행량이 다소 준 것으로 보이나 많은 이들은 그러한 조치가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NYT는 전했다.
현지 당국이 안전 우려보다 정치적 계산과 수익 추구를 더 중요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투명성기구 헝가리 지부의 한 관계자는 "수익적 측면만 고려한 채 유람선의 증가가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무시됐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발원지인 독일을 비롯해 유럽 10개국을 거쳐 흑해로 흘러 들어가는 2천896㎞ 길이의 다뉴브강은 최근 들어 헝가리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선박 통행량이 급증해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작년 4월 공개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주관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오스트리아 국경 지역에서 측정된 다뉴브강의 통행량이 2002년과 2017년 사이 89% 증가했다.
특히 강을 이용하는 크루즈선의 수는 2004년과 2017년 사이 2배로 폭증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세르비아 선박운송협회장인 브라니슬라브 바이다는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안팎의 다뉴브강 물길이 너무 붐벼 세르비아에서도 언제든지 헝가리에서와 같은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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