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눈덩이 공공부채에도 돈풀어 경기부양한다는 伊 제재키로"(종합)

입력 2019-06-12 02:58
EU "눈덩이 공공부채에도 돈풀어 경기부양한다는 伊 제재키로"(종합)

伊 적자 규모 GDP 132%…EU 권고 두 배 넘어도 지출확대 고수

최대 4조6천억원 벌금 가능…伊 "제재 피하기 위해 EU와 타협점 모색할 것"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유로존의 재정 규칙을 따르지 않고 과도한 재정지출 계획을 고수하는 이탈리아를 제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DPA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적정한 공공부채 수준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EU와 이탈리아의 관계가 더욱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은 EU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을 말한다.

한 회원국의 재정이 악화할 경우 같은 화폐를 사용하는 다른 회원국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됨에 따라 유로존은 회원국의 공공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60% 이내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반(反)EU 포퓰리스트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U는 그동안 이탈리아의 공공부채 감축을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이탈리아에 2019년 예산안을 대폭 수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탈리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GDP의 132%로 집행위의 권고 기준인 GDP 60%의 두 배가 넘는다.

EU 회원국들이 유로존의 재정 규칙을 이행하지 않는 이탈리아에 대해 제재를 취하는 데 대해 동의함에 따라 EU는 조만간 이탈리아에 대한 '과도한 적자 관련 조처'(EDP)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곧 이탈리아에 대해 재정지출 계획 수정을 다시 요구하고, 회원국들에게 이탈리아에 대한 EDP 착수를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EDP에 따르면 EU는 이탈리아에 최대 35억 유로(약 4조6천억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제재는 이탈리아가 끝내 EU의 권고를 무시하며 타협하지 않을 때 발동하게 돼 당장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이날 "이탈리아가 건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 우리는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융커 위원장은 그런 일을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는 이탈리아의 재정적·경제적 약속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EU의 징계라는 외부의 위기가 눈앞에 닥치자 그동안 주요 이슈를 놓고 사사건건 반목해 온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립정부는 모처럼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정부는 EU의 징계를 막기 위해 합심해 일할 것"이라며 "이탈리아에 대한 EU의 제재는 이탈리아의 성장뿐 아니라 유로존 전체에도 큰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콘테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가 전날 밤 포퓰리즘 정부의 두 실세인 극우성향의 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과 회동한 뒤 나온 것이다.

이 자리에서 콘테 총리와 살비니 부총리, 디 마이오 부총리는 회원국의 긴축을 압박하는 EU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EU의 징계를 막기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콘테 총리는 "우리 정부와 EU 집행위원회가 이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이탈리아는 부채 감축을 위한 신뢰할 만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조반니 트리아 재무장관도 이날 의회에 출석해 "EDP를 둘러싼 EU와의 타협점을 찾기 위해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을 통해 EU의 징계를 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발하기 전인 2007년 104%에 머물렀던 이탈리아의 GDP 대비 국가부채는 작년 말 기준으로 132%를 돌파했다. 이는 EU 회원국 중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EU는 이탈리아가 감세, 연금 연령 하향 등 확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국가 채무가 GDP의 135%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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