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우리 역사 널리 알아야"
할머니들 삶 다룬 영화 '에움길'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 영화를 다들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 역사는 여러분이 널리 알아야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2) 할머니가 영화 '에움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영화 '에움길'은 연출을 맡은 이승현 감독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공동생활공간인 나눔의집으로부터 약 20년간의 할머니들 일상이 담긴 영상을 건네받아 시작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피해 사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할머니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려냈다. 배경에는 이옥선 할머니의 내레이션이 깔린다.
1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함께 영화를 관람한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 역사를 여러분이 널리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공식 사과와 배상 없이 20년이 흐르는 동안 나눔의집에서 함께 지내던 많은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로 인한 남은 할머니들의 상실감도 영화는 담아낸다.
이옥선 할머니는 "군자가 보고 싶다"며 지난 2017년 세상을 떠난 故(고) 김군자 할머니에 대해 그리움을 표현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군자가 죽기 전에 나한테 와서 '너는 나 죽기 전에 가지 마라. 나 죽은 후에 와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 사흘 뒤에 내 바에 와서 선물이라며 돈 10만원을 줬다"며 "어떻게 (자기가) 먼저 갈 줄 알고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먼저 가고 보니까 다 후회된다. 군자가 지금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영화에 할머니 서른 분이 나오시는데, 현재 이중 생존자가 4분 정도밖에 안 된다"며 "영화를 통해 할머니들의 여성으로서의 삶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일본을 규탄하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할머니는 "열 다섯살 때 큰길에서 남자 두 명이 앞길을 막고 나를 끌고 갔다. 중국에다 위안소를 만들어놓고 한국 딸들을 몇십만명을 데려다 죽였다"며 "이렇게 해놓고 오늘날에 와서 안 그랬다고 한다. 사죄를 안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에 공식 사죄와 법정 배상을 요구한다. 할머니들이 거짓말한다고 하는데, 너무 억울하다. 우리는 위안부가 아니다. 강제로 갔는데 어째서 위안부인가"라며 "후대를 위해서 할머니들이 모두 다 죽었다 해도 이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출을 맡은 이승현 감독은 영화 '귀향'(2016)에서 착한 일본군 다나카 역을 연기한 것을 계기로 할머니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 감독은 "'귀향' 통해 이 문제를 알게 되고 충격을 받게 됐다"며 "그 이후에 나눔 집에 기록 보관된 영상물을 전달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들 20년 전에 혈기 왕성하고 사랑스럽고 정겨웠다. 우리는 현재 보는 할머니의 모습밖에 모른다"고 제작 취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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