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 가혹 행위 피해자 보상판결 엇갈려

입력 2019-06-11 18:06
수정 2019-06-12 14:24
부마민주항쟁 가혹 행위 피해자 보상판결 엇갈려

소멸시효 시기 판단 재판부마다 달라 결론에 영향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마민주항쟁에 참여했다가 수사기관에서 가혹 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판결이 하급심에서 엇갈리고 있다.

국가배상 소멸시효를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재판부 판단이 달라졌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 2부(김홍기 부장판사)는 부마항쟁 피해자 A씨에게 국가가 2천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1979년 10월 17일 부산대 3학년이던 A씨는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에서 펼쳐진 시위에 참석한 뒤 다음날 자택에서 체포돼 4일간 구금됐다.

학교장 허가를 받지 않고 집회에 참여한 학생을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한 '긴급조치 9호'에 따라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고 A씨는 결국 정신분열증을 앓게 됐다.

재판부는 고문이나 가혹 행위는 국가의 불법행위가 맞고, 정신분열증 발생과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긴급조치 9호에 따라 영장 없이 체포된 부분은 당시 사정에 비춰 공무원의 고의·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이는 2013년 5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법원은 A씨가 주장한 5억원의 위자료를 전부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해 2천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이런 결정은 이달 초 있었던 부마항쟁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다른 하급심 판결과 엇갈린다.

앞서 이달 6일 부산지법 민사 6부는 부마항쟁 피해자 B씨 등 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이 재판부도 국가가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데까지는 결론을 같이한다.

B씨 등 6명이 영장 없이 체포된 사실만으로는 불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수사과정에서 고문 등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면 국가가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두 재판부는 국가배상법상 3년간의 소멸시효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는 달리 봤다.

A씨 재판부는 A씨가 부마항쟁심의위원회로부터 부마항쟁 관련자로 인정받은 2015년 10월 26일부터 3년간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해 3년 내 소송이 제기된 A씨 손해배상 청구권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B씨 재판부는 2010년 5월 25일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첫 진실규명 결정을 한 때로부터 3년간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밝히며 그 이후 소송이 제기된 B씨 등은 청구권이 없는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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