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항만 일용직 관리 주체 놓고 핑퐁게임
항운노조 "민간업체 대신 공적 기구가", 항만물류협회 "왜 우리가"
항만당국 "실태조사 후 법적 문제 등 따져본 뒤 논의" 신중 모드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검찰의 부산항운노조 채용 비리 수사를 계기로 컨테이너부두에서 일하는 항운노조 일용직 노동자 관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항운노조가 현재 특정 민간 용역업체들이 독점하다시피 한 일용직 노동자 공급 구조가 비리 발생의 요인인 만큼 공적인 기구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노조가 상대로 지목한 부산항만물류협회와 항만 당국은 거부감을 보이거나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13일 항운노조에 따르면 최근 취임한 이윤태 신임 위원장은 채용 비리 개혁 차원에서 항만물류협회가 직접 일용직 항운노조원 관리를 맡거나, 협회와 항만 당국(부산해양수산청, 부산항만공사)이 함께 별도 기구를 만들어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부산항 컨테이너부두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는 북항 560여명, 신항 290여명 등 모두 850여명에 이른다.
북항 4개 부두에는 Y사가, 신항 4개 부두에는 N사가 운영사와 계약을 맺고 일용직을 공급하고 있다.
Y사와 P사는 실소유주가 모두 최 모 씨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결과 최 씨는 회사자금 50억원을 빼돌려 사적으로 쓰고 일용직 공급권을 유지하기 위해 부두운영사 임원들에게 뒷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는 사실과 다르지만, 검찰이 Y사 등 용역업체를 사실상 노조의 자회사라고 밝힌 이상 자체적으로 이러한 일용직 공급 구조를 개혁하기 어렵다며 물류협회와 항만 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또 현재 민간 용역업체를 통해 부두에 공급하는 일용직 조합원을 단수로 추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숙련된 인력을 복수로 추천해 운영사가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나름의 '양보안'도 내놓았다.
공공성을 띤 기구에서 일용직을 관리하면 민간업체에 주는 임금의 5%에 해당하는 관리비와 이윤을 대폭 낮출 수 있어 그만큼 노동자들이 가져가는 돈이 늘어나고 운영사들의 비용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도 내세웠다.
노조의 이런 방안에 물류협회는 사용자 단체인 협회가 일용직 관리를 떠안는 것에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협회 관계자는 "사용자 단체가 회원사인 부두운영사들에 일용직을 공급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 그리고 법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먼저 따져봐야 하며, 운영사들이 모두 동의해야 하는 데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용직 공급권이 비리의 요인이 된 만큼 노사정이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만, 누군가 맡기 전에 제도적으로 비리 재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협회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면에는 1천명에 가까운 일용직 노조원을 떠안았다가 자칫 이들이 또 다른 이익단체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해양수산청 관계자는 "노조 요구대로 공적 또는 준공적 기구에서 맡는다고 했을 때 운영사의 계약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등 여러 가지 검토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부산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국 항만으로 파급될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 먼저 실태를 파악하고 나서 해수부 본부와 상의한 다음 노조, 운영사 등과 대화해 개혁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항만공사도 비슷한 입장이다.
노조는 부두운영사들이 비리에 연루된 Y사 등과 맺은 일용직 공급계약 일부가 7월 말로 끝나기 때문에 그 전에 일용직 관리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항만물류협회나 항만 당국 모두 단시간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보는 데다 노조가 일용직 채용과 임금협상권을 그대로 갖는 등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은 채 골치 아픈 관리 문제만 공적 영역으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어 향후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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