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50년간 식물 571종 멸종…자연도태보다 500배 빨라

입력 2019-06-11 16:08
최근 250년간 식물 571종 멸종…자연도태보다 500배 빨라

조류·포유류·양서류 멸종 규모의 2배…생명체 연쇄 멸종 우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지구 생명체의 근간인 식물이 자취를 감춘다면 인류는 어떻게 삶을 영위할까. 이러한 존재론적 우려를 제기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영국의 큐왕립식물원과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공동 연구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총 571종의 야생식물이 근래 250년 사이 자취를 감췄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예상치가 아닌 실제 멸종된 종에 기반을 둬 산출된 수치로, 조류·포유류·양서류를 합한 멸종 규모(217종)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식물의 멸종 속도가 자연적으로 도태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최대 500배 빠르다고 분석했다.

스톡홀름대의 앨리스 험프리스 박사는 금세기 어떤 종의 조류·포유류가 멸종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만, 지구상에서 사라진 식물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면서 "이번 연구는 어떤 식물이 멸종했고 어디에서 사라졌으며 이 일이 얼마나 빨리 일어나고 있는지를 조명한 최초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이 멸종된 것으로 확인한 식물 중에는 향료나 약제, 미용 제품 등에 쓰이는 기름을 함유한 칠레 백단향(Chile sandalwood)도 포함돼 있다.

특히 귀중한 수목이 많고 식물 종이 다양한 열대지방이나 섬 지역에서 식물 멸종이 다수 일어났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현재 진행 중인 실제 멸종 규모와 비교하면 오히려 보수적으로 집계된 것이라고 본다.

앞서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100만종의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가 식물에 의존해 생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식물 멸종의 규모와 속도는 특히 우려스럽다고 BBC는 지적했다.

식물의 멸종이 다른 유기체의 연쇄적인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식물은 인간이 호흡할 산소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음식 제공원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큐왕립식물원의 한 식물학자는 "식물 멸종은 지구상 모든 종에게 나쁜 소식"이라고 짚었다.

그는 "인간을 포함해 수백만 종이 식물에 기대 생존하고 있다"면서 "이런 점에서 어떤 식물이 어디에서 사라지고 있는지를 인지하는 것은 다른 동·식물의 보존 대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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