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궁금해 동물의 세계로 뛰어들다
'그럼, 동물이 되어보자'·'날개가 닮았네'·'펭귄의 여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인간에게 동물은 영원한 동반자이자 탐구 대상이다. 오랜 세월 함께해왔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자연과 동물의 신비를 파헤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도 끝이 없다. 개중에는 범상치 않은 방법으로 동물의 비밀을 풀어내려는 괴짜들도 있다.
수의사이자 옥스퍼드대 연구원인 찰스 포스터는 동물의 삶이 궁금해 맨몸으로 자연에 뛰어들었다.
"동물이 된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알고 싶다"며 직접 오소리, 수달, 사슴, 여우, 칼새처럼 살아보는 엉뚱한 도전에 나섰다.
'그럼, 동물이 되어보자'(눌와)는 그가 낯선 동물의 세상에서 체험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오소리처럼 언덕에 굴을 파고 살면서 지렁이를 먹어보고, 수달처럼 한밤중 강에서 헤엄치며 물고기를 잡는다. 사냥당하는 사슴의 기분을 이해하고자 사냥개에 쫓겨보기도 한다.
우스꽝스러운 시도지만 저자는 나름 진지하다. 물론 그렇다고 인간이 동물이 될 순 없다. 저자도 모를 리 없다. 그는 동물로 살기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풍부한 과학 지식과 상상력으로 동물 세계의 실체에 접근해간다.
저자가 얻은 깨달음은 다소 철학적이다. 그는 동물 경험을 통해 자연과 함께 하는 법,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저자는 이 책으로 괴짜 연구자들에게 주는 상인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2016년 받았다.
정서진 옮김. 336쪽. 1만5천800원.
'날개가 닮았네'(책세상)의 저자 미하엘 크베팅도 만만치 않은 괴짜다.
경비행기 조종사이자 독일 막스플랑스연구소 연구원인 그는 약 6개월간 일곱 마리 야생 기러기를 키운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기러기의 비행 행태를 연구하고자 시작한 동거를 통해 저자는 기러기들의 부화와 성장, 헤엄치고 날기 시작한 순간 등을 생생히 소개한다.
도시를 떠나 기러기와 생활하면서 저자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고, 오만한 인간 중심적 사고를 반성하며 새로운 삶의 자세를 가지게 된다.
이 이야기는 독일 공영방송 ZDF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졌다.
전은경 옮김. 276쪽. 1만5천원.
이번에는 펭귄이다.
'펭귄의 여름'(생각의힘)은 동물행동학자인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남극에서 관찰한 펭귄 이야기다.
남극과 북극에 사는 동물 생태를 연구하는 그는 5년째 매년 겨울 남극 세종과학기지로 떠나 펭귄을 연구했다.
남반구의 여름인 12월~1월이 되면 펭귄 5천여쌍이 '펭귄마을'이라 불리는 남극 킹조지섬의 나레브스키 포인트에 모여 둥지를 만들고 알을 부화해 새끼를 키운다.
책에는 펭귄에 푹 빠진 저자가 기록한 펭귄의 생태와 남극의 생활, 그리고 펭귄의 성장기가 그려진다.
뒤뚱거리며 걷는 귀여운 모습으로만 알려진 펭귄이 실제 어떻게 사는지 지켜보며 궁금증을 풀어간다.
역시 펭귄에 대한 애정은 동물과의 공존, 나아가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25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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