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저는 불운하지 않습니다…오히려 행운의 시즌"
"5월 중순부터 피안타 줄어…야수진 수비 덕"
"투수들의 평균자책점 경쟁도 재밌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김광현(29)은 최근 3경기에서 모두 7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두 차례 7이닝 무실점(5월 26일 NC 다이노스전, 6월 1일 한화 이글스전)으로 호투했고, 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7이닝 5피안타 2실점 했다.
그러나 5월 21일 LG 트윈스전(6이닝 4피안타 2실점)에서 시즌 7승(1패)째를 거둔 후 승리 시계가 멈춰 있다.
SK 타자들은 "김광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팬들도 김광현의 불운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정작 김광현은 "최근에는 행운이 많이 따른다. 2019년은 행운의 시즌"이라고 했다.
그는 "당연히 내가 승리를 거두는 게 가장 좋다"고 웃으면서도 "내가 승리를 챙기지 못해도 팀이 시즌 초부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내가 등판한 경기 승률도 80%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 14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그가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SK는 11번 승리했다. 김광현 등판 시 팀 승률은 78.6%다.
그는 "5월 중순부터는 피안타도 줄었다. 내 구위가 갑자기 좋아진 게 아니다.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불운이 줄고, 잘 맞은 타구가 호수비에 걸리거나, 야수 정면으로 향했다"며 "이 정도면 행운이 따르는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김광현은 3월 23일 kt wiz전부터 5월 9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등판할 때마다 소화한 이닝보다 안타 수가 많았다. 이 기간 9차례 선발 등판한 김광현의 피안타율은 0.321이었다.
5월 15일 NC 다이노스전부터 김광현의 피안타가 급격하게 줄었다. 김광현은 5월 15일 NC전부터 6월 7일 삼성전까지 매 경기 이닝 수보다 적은 안타를 허용했다. 이 기간(5경기) 피안타율은 0.174다.
SK 구단 내부에서는 "김광현의 구위와 제구가 경기를 치를수록 올라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김광현은 "내게 운이 따르고,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르지만, 달라진 결과에는 SK 구단과 김광현 모두 만족한다.
김광현은 "이런 행운은 만끽해야 한다"며 '투구 패턴'도 바꿨다.
김광현은 "시즌 초에는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될 때가 꽤 많았다. '맞으면 안타'라는 생각이 들면, 투수는 삼진을 잡으려고 한다"고 했다.
실제로 김광현은 피안타가 많았던 5월 9일까지 9이닝 당 삼진 10.84개(50⅔이닝, 61탈삼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김광현은 "최근에도 삼진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 타구가 아웃되는 확률이 높아지면서 '일단 맞혀 잡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월 10일 이후 김광현의 9이닝 당 삼진은 7.15개(34이닝, 27탈삼진)로 줄었다.
김광현은 "지금은 삼진 욕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웃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시즌 초에 삼진으로 위기를 넘긴 덕에 올 시즌 탈삼진 부문 1위(88개)에 올라 있다.
최근 김광현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건, 평균자책점이다.
5월 26일 NC전에서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올 시즌 처음으로 2점대(2.93)에 진입한 김광현은 이후 두 차례 더 호투하며 시즌 평균자책점을 2.66까지 낮췄다. 이 부문 전체 6위, 토종 투수 중에는 1위다.
김광현은 "올해 선발 투수들이 좋은 평균자책점을 올리며 재밌는 경쟁을 하고 있다. 팬들도 재밌게 느끼시지 않을까"라며 "스피드업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투수들의 호투"라고 말했다.
6월 10일 현재 KBO리그 평균자책점 1위는 타일러 윌슨(LG 트윈스, 1.62)이다. 앙헬 산체스(SK, 1.76)와 드루 루친스키(NC 다이노스, 1.95)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투수는 김광현을 포함해 4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KBO리그에는 평균자책점 1점대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2점대 투수만 4명 있었다.
김광현은 "다른 선발 투수들이 정말 잘 던지고 있어서, 내가 평균자책점 경쟁에 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투수의 목표는 실점을 줄이는 것이다.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재미를 계속 느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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