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외무 "불법이민 대책 45일 후 평가…지역 협력 추진"(종합)
에브라르드 장관 "효과 없으면 '안전한 제3국' 논의"…브라질ㆍ파나마 등 참여 모색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가 관세부과를 피하기 위해 최근 미국과 합의한 중미 이민 저감 대책이 45일 이후에 평가될 전망이다.
또 브라질과 파나마 등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미국행 불법 이민 저감 대책 노력에 동참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의 10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 배석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부 장관은 멕시코로 유입되는 불법 중미 이민자 수가 줄어든다면 우리가 취한 조치가 효과가 있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밀레니오 TV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가 불법 이민을 막지 않으면 10일부터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양국이 협상에 나섰고, 멕시코는 불법 이민을 막고자 남쪽 국경 전역에 국가방위군을 배치하는 등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망명 신청자를 멕시코에 머무르게 하기로 미국과 지난 7일 합의했다.
대신 미국은 10일부터 부과하려던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 시행을 무기한 연기하고, 90일간 후속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멕시코 협상단을 이끈 에브라르드 장관은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멕시코를 '안전한 제3국'(safe third country)으로 지정하길 원했지만 멕시코가 거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양국 사이에 구체적인 이민 저감 목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은 멕시코를 이른바 '안전한 제3국'으로 지정해 합법 서류를 확보하지 않은 채 멕시코에 진입한 중미 이민자들이 미국 대신 멕시코에 망명하는 것을 원했지만, 이번 합의에는 담기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불법 이민자를 '제로' 수준으로 줄이기를 원했다며 멕시코가 불법 입국한 이민자 수를 줄이지 못한다면 '안전한 제3국' 요구를 다시 되풀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고집스레 '안전한 제3국' 지정을 요구하는 미국에 '시간을 정해 놓고 우리가 제안한 사항이 효과를 낼지 함께 지켜보자. 효과가 없다면 다시 마주 앉아 추가 대책을 논의하자'고 설득했다"고 협상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부담을 분담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추가 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제안한 조치가 성공하지 못하면 미국을 비롯해 과테말라, 파나마, 브라질 등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는 지역 시스템을 논의해야 한다"며 "만약 우리가 지역 모델에 참여해야 한다면 그것을 의회에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들의 이동 경로를 염두에 둔 구상이다.
통상적으로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들은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향한다. 쿠바와 아이티 이민자들은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가기 전에 항공편으로 파나마로 이동한다. 아프리카 이민자들은 북쪽으로 이동하기 전에 브라질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
에브라르드 장관이 세부 사항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민자들이 고국을 떠난 후 도착한 첫 번째 나라에서 망명 신청을 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밖에 멕시코가 이번 협정에 따라 더 많은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합의하지 않았다고 에브라르드 장관은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트윗에서 "멕시코가 우리의 위대한 애국자 농민들로부터 대량의 농산물 구매를 즉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을 대체하기 위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다음 주에 비준돼야 한다고 독려했다.
3국은 지난해 USMCA를 체결하고 현재 의회 비준 절차를 밟고 있다.
암로는 상원이 다음 주에 열릴 특별회기에서 USMCA를 첫 안건으로 상정해 비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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