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탐사보도 기자 체포' 파문 확산…"크렘린도 주시"
3개 유력신문사 공동 항의 성명…동료 기자들 피켓 시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유명 탐사보도 기자가 마약 거래 시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가택연금에 처해진 사건이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현지 유력 신문사인 코메르산트, 베도모스티, RBC 등은 10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메두자' 기자 이반 골루노프 체포와 관련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그의 혐의에 대한 증거가 설득력이 없다면서 그를 체포한 경찰의 행동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신문들은 경찰의 골루노프 체포가 그의 취재 활동과 연관됐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날짜 1면 지면에 일제히 '나/우리는 이반 골루노프다'는 항의성 문구를 실었다.
동료 기자들은 골루노프를 체포한 경찰서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골루노프 사건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도 보고됐으며 크렘린궁도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이날 밝혔다.
탐사 전문 기자 골루노프는 지난 6일 모스크바 시내 거리에서 경찰의 검문을 받는 과정에서 배낭에서 마약 물질 4g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경찰은 또 골루노프의 임대 아파트에서도 5g의 코카인과 의심스러운 가루 물질이 담긴 봉지, 저울 등이 발견됐다면서 불법 마약 거래 혐의로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8일 경찰의 구속 요청을 기각하고 골루노프를 8월 7일까지 2개월 동안 가택연금에 처하도록 판결했다.
골루노프는 법원에서 무혐의를 주장하면서 자신에 대한 수사는 비리에 얽힌 장례 사업과 관련한 기사와 연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 전에도 협박을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골루노프는 최근 러시아 대부업체의 비리와 장례 사업을 인수하려는 한 단체를 취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사는 골루노프를 얽어 넣기 위해 누군가가 그의 배낭과 집에 몰래 마약을 집어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포 이후 이루어진 골루노프의 소변 검사에선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관련 혐의는 러시아에서 누군가를 함정에 빠뜨릴 때 자주 쓰는 수법이다.
1990년대 이후 러시아에서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이 지속해서 협박을 당하거나 살해되는 수난을 겪어 왔다.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1992년 이후 러시아에서 58명의 기자가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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