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47일째 기약없는 표류…與野 '정치 실종' 속 파행책임 공방(종합)
與 "'황교안 가이드라인' 정상화 걸림돌"…6월국회 단독소집 카드 만지작
한국당 "좌파경제 폭정에 경제 위기"…경기부양 아닌 '총선용 추경'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비롯한 민생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국회 정상화를 둘러싼 여야의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 정상화 선결 조건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여야는 협상 대신 국회 파행의 책임 공방만 주고받는 형국이다.
특히 여권이 정상화 협상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한 6월 첫째 주를 넘기면서까지 여야가 뚜렷한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서 6월 임시국회도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국회 공전이 장기화하면서 여야의 '정치력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은 이날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어 추경안과 민생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한국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를 압박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주말에도 '패스트트랙 철회하고 재논의해야 한다'는 경직되고 꽉 막힌 입장을 반복했다"며 "국회 정상화의 과도한 걸림돌이 되는 '황교안 가이드라인' 철회를 거듭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고통을 겪는 국민과 기업들이 추경을 기다리는데도 외면하는 것은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 모르겠다"고 '한국당 때리기'에 가세했다.
당정청은 이날 회의에서 늦어도 7월 중 추경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이번 주 초 국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을 모았다. 다만 회의에 참석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번주 금요일(14일)에는 추경 시정연설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으나 이 원내대표가 "조심스럽다"며 사실상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타이밍이 생명인 추경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도 47일째 표류하고 있다.
이번 추경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리가 가장 늦은 사례로 기록됐다. 2017년과 2018년 추경안은 국회에 제출된 후 본회의 통과까지 각각 45일이 걸렸다.
민주당은 추경에 더해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6월 국회 단독 소집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날 오전에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오는 11일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6월 임시국회 단독 소집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추경 심사를 담당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한국당 몫이라 국회를 열어도 추경 처리는 못 하고 각종 상임위원회가 야당의 대여 공세장이 될 수 있어 단독 국회 소집이 실익이 없다는 분위기도 강하다.
여기에 더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다루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기한(6월 30일) 연장을 반대하는 입장을 한국당이 고수하면서 민주당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공개하지 않았던 전체 합의문의 표현이 수용된 것 같은데 (한국당이) 정개특위, 사개특위 연장 문제에 대한 조건을 제시해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며 "(정개특위·사개특위 연장 등을 빼고)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는 합의문에서 일단 자를지 등을 내부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내일까지가 고비"라면서 "협상 타결이 될듯 하면 한국당이 또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는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의 발언을 고리로 청와대가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한국당은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황교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가 위기에 빠진 원인은 이 정권의 좌파경제 폭정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세계 경제 탓, 야당 탓, 추경 탓 그만하고 경제정책 대전환을 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실패, 포퓰리즘 정책 실패, 반기업 정책 실패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인정하거나 반성하거나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대외여건 탓, 야당 탓, 추경 탓을 한다"고 비판했다.
여권이 민생 추경을 강조하며 국회 복귀를 압박하자 한국당은 경기 부양이 아닌 '총선용 추경'이라 맞받으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민 혈세를 총선용으로 살포하겠다는 눈먼 돈 추경 '김제동 추경'"이라며 "그 세부적인 내용조차 경기 부양과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고액 강연료 논란이 된 방송인 김제동 씨의 대전 대덕구 주최 청소년 아카데미 강연료 1천550만원에 빗댄 발언이었다.
국회 정상화 협상의 중재자를 자처한 바른미래당은 거대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양당의 태도를 보면 6월 국회 파행도 불사할 기세인데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간 회동에서 "정치 부재의 시대"라며 "국회를 해산하든지, 한국당이 정 국회에 못 오겠다고 하면 6월 국회가 법에 정해져 있는 만큼 법을 지키는 차원에서라도 이번 주까지 설득하고 다음 주부터는 국회를 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제1야당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법을 뛰어넘는 특별대우로 국회를 공전시키는 것은 다수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kong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