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아이코스 구매 때 '온라인 사기'…피해자 대부분 20대

입력 2019-06-10 11:06
전자담배 아이코스 구매 때 '온라인 사기'…피해자 대부분 20대

명의도용 후 신용카드 해지 수법…한국필립모리스 "공범"이라며 무책임한 태도



(대구=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12개월 분납으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사기가 많이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사기 피해자는 사회경험이 적은 20대 남성이 대부분으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전자담배 회사는 오히려 "공범이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

A(25)씨는 지난 3월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한 회원의 제의에 따라 2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전자담배 아이코스 회원가입을 도와줬다. 자신의 휴대전화로 온 인증번호를 제안자에게 알려준 것이다.

제안자는 "아이코스 할인쿠폰 3만원짜리 2장을 받아 기기 2개를 산 뒤 다른 사람에게 팔려고 하니 도와달라"고 속였다.

A씨는 1만4천900원씩 12개월간 납부하는 조건이었지만 제안자가 직접 신용카드 결제를 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아이코스 월정액 12개월치 중 10개월치를 갚으라'는 채권 추심 통지서를 받았다.

제안자가 신용카드를 해지해 버리자 명의를 빌려준 A씨에게 아이코스 구매비용을 내라고 한 것이다.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는 '이런 온라인 사기가 많이 발생하고, 아이코스 측은 경찰에 신고하라는 답변만 한다'고 하소연하는 글들이 있다.

A씨는 "주로 90년대생 젊은이들이 많이 당한다"며 "구매하는 사람이 직접 신용카드를 결제해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한국필립모리스 홍보 담당자는 "이런 유형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명의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았기 때문에 공범이다"고 말했다.

아이코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8천여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필립모리스 김은표 이사는 "피해자들이 기본적으로 속았지만, 이익을 챙긴 점도 있어 경찰에 신고하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개인별로 구제해줄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온라인 사기 피해자들은 피해 금액이 10여만원에 불과해 사실상 경찰 신고를 꺼리는 실정이다.

한 사기 피해자는 "구매자에게 명의를 빌려준 게 잘못이지만 결제가 월정액으로 된다는 것을 몰랐다"면서 "내 신용카드만 사용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타인 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점이 사기 피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필립모리스를 제외하고는 전자담배 기기를 월정액으로 파는 회사는 없다.

par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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