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뒤덮은 100만 홍콩 시민들…'중국송환 반대' 외쳐(종합2보)

입력 2019-06-09 23:21
수정 2019-06-10 16:09
거리 뒤덮은 100만 홍콩 시민들…'중국송환 반대' 외쳐(종합2보)

빅토리아공원부터 애드미럴티까지 인파로 가득 차…홍콩 반환 후 최대 규모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에 홍콩 민주주의 우려 커져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明報) 등에 따르면 주최 측은 103만명이 넘는 시민이 이날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가 최대 24만명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주최 측 기준으로 이날 시위 참가자는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다.

경찰 추산을 기준으로는 2003년 국가보안법안 반대 시위 때의 35만명보다는 다소 적다.

이날 오후 3시부터 홍콩섬의 빅토리아공원에서 시민들이 대거 모여든 가운데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집회가 진행됐다.

중국 송환 반대를 뜻하는 '반송중'(反送中) 등의 손팻말을 든 시위 참가자들은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목소리를 외쳤다.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범죄인 인도 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입법회는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 표결을 할 예정이다.

홍콩의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법치를 침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 7일 홍콩 변호사 3천여 명은 홍콩 대법원에서 정부청사까지 양복을 입고 행진하면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글로벌 은행에서 일하는 한 30대는 로이터 통신에 "정부가 길을 바꿀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든지 하는 게 낫다"며 "적어도 나는 홍콩 역사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시위대는 홍콩의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우산 혁명' 실패에 좌절했던 홍콩인들이 이날 다시 거리로 대거 쏟아져 나와 정치적 요구를 분출한 것은 '홍콩의 중국화'로 자유와 인권이 급속히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로 정치적 자유가 허용되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이유로 다른 나라로 떠나는 사람들이 잇따르는 역설적인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

이날 군중들은 시위가 시작된 빅토리아공원에서 출발해 코즈웨이 베이, 완차이를 지나 애드미럴티의 홍콩 정부청사까지 행진하면서 밤 늦게까지 '반송중'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행진 목적지인 애드미럴티에서부터 출발 지점인 빅토리아공원까지 약 4㎞의 거리를 뒤덮었다.

홍콩 경찰은 이날 2천여명의 경찰을 현장에 배치해 만일을 사태에 대비했다.

부분적으로 시위 참가자와 경찰 간에 몸싸움이 일어나 6명이 경찰에 체포됐지만 전체적으로 시위는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홍콩 외에 시드니, 타이베이, 런던, 뉴욕, 시카고 등 세계 20여개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가 열렸다.

그러나 이번 법안을 지지하는 한 시민단체는 인터넷을 통해 70만명이 '범죄인 인도 법안'에 찬성했다면서 홍콩인 다수는 새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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