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고유정, 표백제 미리 구입…'완전 범죄 꿈꿨나'

입력 2019-06-09 15:09
수정 2019-06-09 16:20
'전 남편 살해' 고유정, 표백제 미리 구입…'완전 범죄 꿈꿨나'

범행전 마트에서 칼, 청소용구 구입, 카드 결제 후 포인트 적립까지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이 범행 전 흉기는 물론 청소도구까지 미리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제주동부경찰서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를 보면 고씨는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께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베이킹파우더, 고무장갑, 세제, 세수 대아, 청소용 솔, 먼지 제거 테이프 등을 구매했다.

영상에서 고씨는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구매한 물품을 담았다.

고씨는 해당 물품을 카드로 결제하고, 이어 본인의 휴대전화로 바코드를 제시, 포인트 적립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구입한 물품을 보면 고씨는 범행 전부터 살해와 시신 훼손, 흔적을 지우기 위한 세정작업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씨가 범행을 계획한 정황은 이뿐만 아니다.

경찰은 고씨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해 고씨가 전 남편 강모(36)씨를 만나기 전 살인 도구와 시신 유기 방법 등을 다수 검색한 것을 확인했다.

또 고씨가 지난달 18일 배편으로 본인의 차를 갖고 제주에 들어올 때 시신을 훼손하기 위한 흉기도 미리 준비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고씨가 예약한 것으로 알려진 펜션이 입실과 퇴실 시 주인을 마주치지 않는 무인 펜션인 점도 고씨의 계획범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지만,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청소도구 등을 미리 준비한 모습 등을 보면 완전 범죄를 꿈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씨는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그동안 확인한 고씨의 행적을 보면 고씨는 지난달 18일 배편으로 본인의 차를 갖고 제주에 들어왔고 25일에 강씨를 만나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 입실한 뒤 곧바로 범행을 저질렀다.



고씨는 다음날 시신을 훼손·분리한 뒤 하루 지나 훼손한 시신을 종이상자와 스티로폼 상자 등에 담아 펜션에서 퇴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지난달 28일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종량제봉투 30장, 여행용 가방, 비닐장갑 등을 사고, 시신 일부를 종량제봉투에 넣은 후 같은 날 오후 8시 30분 출항하는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갔다.

경찰은 여객선 폐쇄회로(CC)TV로 고씨가 해당 여객선에서 피해자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지를 7분간 바다에 버리는 모습을 포착했다. 구체적인 개수 등은 식별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완도항에 내린 후 곧바로 경기도 김포시 소재 가족의 아파트로 향했으며, 지난달 29일 새벽 도착했다. 고씨는 이틀간 김포에서 시신을 또다시 훼손하고 유기한 뒤 31일 주거지인 충북 청주시로 이동했다.

경찰은 충북 청주시의 고씨 자택 인근에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앞으로 남은 피해자 시신을 수습하고, 고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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