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부과 연기에 멕시코 '안도'…대통령 "국민 지지 덕분"
"대단결 집회서 축하하자"…10일부터 남부 과테말라 국경에 군 배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이 불법 이민 문제 해결을 위해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자 멕시코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데 대해 안도하며 협상 타결을 환영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국과의 협상 타결 이후 트위터를 통해 "모든 멕시코인의 지지 덕분에 미국으로 수출되는 멕시코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국경이 접한 티후아나에서 8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국민 대단결 집회에서 협상 타결을 축하하자고 독려했다.
티후아나 집회는 미국의 관세부과에 앞서 내부적으로 국민적 결속을 다지기 위해 조직됐으나 협상이 타결된 만큼 축하의 자리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멕시코 협상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부 장관은 협상을 마치고 미 국무부를 떠나면서 "미국이 협상 초기에 극단적인 제안과 조치를 내놨기 때문에 협정이 공정한 균형을 찾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이민자들의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10일부터 남부 과테말라 국경에 국가방위군 배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멕시코는 최근 미국과 협상을 벌이면서 남부 과테말라 국경 지역에 군인 6천명을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헤수스 세아데 북미 담당 외무 차관은 협상 직후 트위터에 이민 합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인준 절차가 어느 때보다 공고해지고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적었다.
3국은 현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을 대체하는 USMCA의 의회 비준 절차를 밟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무부는 이날 멕시코와의 불법 이민 관련 협상을 타결함에 따라 오는 10일로 예정됐던 대(對) 멕시코 관세부과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가 불법 이민을 막지 않으면 10일부터 멕시코산 수입품 전체에 대해 5%의 관세를 부과하고 오는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틈만 나면 멕시코가 캐러밴의 이동을 막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해왔다.
하지만 멕시코는 불법 이민자들의 경우 원칙적으로 체포하겠지만 당국의 눈을 피해 소규모로 불법 입국하고 이민 브로커 등을 통해 은밀하게 이동하는 무리를 모두 적발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대신 미국이 멕시코 남부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 중미 이민의 원천이 되는 국가에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고 치안 등을 개선해 이민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은 가난과 폭력 등을 피해 '생존'하려고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으며 미국에 정착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고 입을 모은다.
멕시코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 협박을 두고 미국에 대한 반감이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골치를 앓는 불법 이민이라는 국내 문제를 왜 멕시코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관세와 같은 경제적 무기를 동원, 이민자들의 원천이 되는 중미 국가가 아닌 중간 경유지 멕시코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반발 정서도 확산했다.
그럼에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과 정면 대결을 원치 않는 만큼 '사랑과 평화'의 원칙에 따라 합리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 국민의 반미 감정을 조절하는 냉철한 이성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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