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캄보디아 침공' 총리 발언 파장 조기 수습 나서
베트남·캄보디아 발끈하자 "상처 주려는 의도 아니었다" 해명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40여년 전에 있었던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을 언급한 것과 관련,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발끈하는 등 외교 문제로 비화하자 싱가포르가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최근 페이스북과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해 (당시) 이웃에 있는 비(非)공산국가들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은 1978년 12월 캄보디아를 침공, '킬링필드' 대학살을 일으킨 크메르루주 정권을 몰아내고 10년가량 점령하면서 새 정권을 세운 뒤 1989년 철수했다. 그 사이인 1985년에 집권한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34년간 권좌를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베트남 정부는 지난 4일 역사적인 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하지 않아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발언이라며 싱가포르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훈센 총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리 총리의 발언은 싱가포르가 당시 대량 학살 정권을 지지하고 그 정권이 캄보디아에 복귀하는 것을 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부 장관은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프락 속혼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잇따른 통화에서"리 총리의 발언은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양자 관계 발전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의 단합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데 공감했다.
싱가포르 외교부 대변인도 "싱가포르는 베트남, 캄보디아와의 관계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면서 "과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서로를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했다"고 말했다.
한편 1975∼1979년 크메르루주 정권에서 기아, 고문, 처형, 강제노동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당시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170만∼220만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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