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美 관세부과 앞두고 '대단결' 집회…대통령 "타결 희망"

입력 2019-06-07 02:59
멕시코, 美 관세부과 앞두고 '대단결' 집회…대통령 "타결 희망"

8일 국경도시 티후아나서 개최 예정…이민자 권리 운동가 2명 체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가 불법 이민과 관련된 미국의 관세부과 예정일 이틀 전인 오는 8일(현지시간) 미국과의 국경도시에서 '국민 대단결'을 위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은 6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오는 토요일에 미국과의 접경도시인 티후아나에서 국민 단결을 촉구하고 국가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라디오 센트로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집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이 중미 이민자의 미국 불법 유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달 10일부터 멕시코산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10월까지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25%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힌 뒤 양국이 전날 개최한 첫 고위급 회담에서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조직됐다.

지난 20년간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집회를 조직한 바 있는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나는 우리의 존엄을 지키고 미국 국민과의 우호적인 우정을 지키기 위한 집회에 멕시코 국민이 함께 모일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암로는 양국 고위급 회담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대립도 피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거듭 강조하고 "미국 당국이 대화를 단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잘 행동했다. 우리는 오늘 합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멕시코 검찰이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의 이동을 도운 이민자 권리 운동가 2명을 체포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미국 정부를 의식한 체포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암로는 "우리는 외국 정부를 기쁘게 하기 위해 그 누구에게도 불리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며 이민자들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멕시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 발표 이후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 주말 외교부 장관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을 미국에 급파했다.

멕시코 대표단은 양국 고위급 회담에 앞서 미 상무·농무장관과 고위 관리 등을 잇달아 만나 관세 문제 등을 논의했다.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케빈 맥앨리넌 국토안보부 장관대행 등은 전날 오후 백악관에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부 장관이 이끄는 멕시코 고위급 대표단과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양측은 이날 협상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멕시코가 캐러밴의 이동을 막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해왔다.

하지만 멕시코는 불법 이민자들의 경우 원칙적으로 체포하겠지만 당국의 눈을 피해 소규모로 불법 입국하고 이민 브로커 등을 통해 은밀하게 이동하는 무리를 모두 적발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신 미국이 멕시코 남부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 중미 이민의 원천이 되는 국가에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고 치안 등을 개선해 이민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을 줄여야 한다는 게 암로 정권의 주장이다.

캐러밴은 가난과 폭력 등을 피해 생존하려고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으며 미국에 정착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고 입을 모은다.

멕시코는 중미 이민자들이 이처럼 미국에서 망명 신청을 원하는 데도 멕시코에서 망명을 신청하도록 미국이 요구한 '제3의 안전 국가' 협정을 거부했다.

다만, 멕시코는 미국 국경에 도달한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망명 신청이 처리되는 동안 멕시코에서 기다리는 것을 허용했다.

멕시코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골치를 앓는 불법 이민이라는 국내 문제를 멕시코가 중미 국가와 미국 사이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강대국 미국이 관세와 같은 경제적 무기를 동원해 이민자들의 원천이 되는 중미 국가가 아닌 중간 경유지 멕시코를 힘으로 찍어 누른다'는 반발 정서도 확산하고 있다.

한편 멕시코 경찰과 이민 당국은 전날 남부 지역에서 미국 국경을 향해 움직이던 중미 이민자 1천여명을 저지했다.

멕시코 이민청(INM)은 약 420명의 이민자가 보호센터로 옮겨졌다며 필요할 경우 일부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멕시코는 미국의 관세가 현실화하면 양국에 피해를 주고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미 이민자들의 미국 유입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자국의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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