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김원봉 언급하며 "광복군, 국군창설 뿌리"…野 반발(종합2보)

입력 2019-06-06 17:03
文대통령, 김원봉 언급하며 "광복군, 국군창설 뿌리"…野 반발(종합2보)

현충일 추념사에서 언급…靑 "좌우 이념 극복한 애국 강조한 것"

野 "北 전쟁공로자에 헌사, 反헌법적 망언" 與 "野 이념적 공격, 진중치 못해"

文대통령, 과거 "마음으로나마 최고급 훈장"…서훈논란도 재점화 조짐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차지연 이은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일본 강점기 조선의용대를 이끈 항일 무장독립투쟁가 약산 김원봉(1898∼1958)을 언급하며 "임시정부가 좌우합작을 이뤄 광복군을 창설했다",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창설의 뿌리가 됐다" 등의 평가를 했다.

좌우 이념을 극복한 애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김원봉이 해방 이후 북한에서 고위직으로 활동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에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념 대립을 강력히 비판했지만, 역설적으로 이날 추념사를 계기로 김원봉을 둘러싼 여야의 이념논쟁에 불이 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던 도중 김원봉의 이름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1945년 일본이 항복하기까지 마지막 5년 임시정부는 중국 충칭에서 좌우합작을 이뤘고, 광복군을 창설했다"며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애국 앞에서 이념의 문제나 정파의 문제를 뛰어 넘자는 것이 문 대통령 발언의 취지"라며 "발언을 문맥 그대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원봉은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해 국내 일제 수탈 기관 파괴와 요인암살 등 무정부주의 투쟁을 전개하다 1942년 광복군 부사령관에 취임했으며, 1944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 및 군무부장도 지냈다.

그러나 1948년 월북한 이후 그해 8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이 됐고, 같은 해 9월 국가검열상에 오르는 등 '사회주의 성향 독립운동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원봉은 이처럼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경력 탓에 그동안 보훈처의 국가유공자 선정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날 김원봉의 '공적'을 거론함에 따라, 독립유공자 지정 논란이 다시 부상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행 독립유공자 서훈 기준으로는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인물에 대해서는 유공자 포상이 불가능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논의 기류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지난 2015년 8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 드리고 술 한 잔을 바치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글에서 "이제는 남북 간의 체제 경쟁이 끝났으니 독립유공자 포상에서 더 여유를 가져도 좋지 않을까"라며 "일제시대 독립운동은 독립운동대로 평가하고, 해방 후의 사회주의 활동은 별도로 평가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항일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기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 해 7월에는 당직자들과 영화 '암살'을 관람한 뒤, 극 중 인물로 등장한 김원봉에 대해 "정말 치열하게 무장투쟁한 분인데, 해방 후에 북으로 갔다 얼마 있어 숙청됐다. 남에서도 북에서도 설 곳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문 대통령의 발언이 김원봉에 대한 서훈 추서를 재추진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나'라는 질문에는 "그건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이 부적절했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6·25 전쟁에서 세운 공훈으로 북한의 훈장까지 받고 북의 노동상까지 지낸 김원봉이 졸지에 국군 창설의 뿌리, 한미동맹 토대의 위치에 함께 오르게 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 대변인은 "6·25 전사자들을 뒤에 모셔두고, 눈물로 세월을 견딘 가족들을 앞에 두고, 북의 전쟁 공로자에 헌사를 보낸 대통령이 최소한의 상식의 선 안에 있는지 묻고 싶다"며 "청와대와 집권세력이야말로 가장 극단에 치우친 세력이라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차명진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원봉이 누구인가. 김일성 정권 권력 서열 3위, 6·25 남침 최선봉에 선 그 놈"이라며 "이보다 반(反)국가적, 반(反)헌법적 망언이 어디 있는가. 이게 탄핵 대상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제 보훈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김원봉에게 독립유공자 서훈, 즉 대한민국의 '건국훈장'을 주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회 정무위원으로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의 이런 반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애국을 위해 낡은 이념에 갇혀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얘기인데, 거꾸로 이를 문제삼아 다시 이념 공세에 나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범여권은 야권의 반발을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의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것을 두고 야당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념적 공격을 해대는 것은 진중치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말은 역사적 사실이며 광복군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며 "약산 김원봉의 월북 이후 행적을 끌어들여 광복군 운동 자체를 색깔론으로 덧칠하는 일이야말로 역사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의 독립투사조차 포용하지 못했던 뼈아픈 배척의 역사를 이제 뛰어넘을 때가 됐다"라며 "편협한 이념의 틀을 벗어나 이 나라의 오늘을 이루고 있는 모든 헌신과 희생에 대해 있는 그대로 기리고 되새기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통합'을 강조한 데에 공감을 표하며 "배는 좌현과 우현의 노가 서로 힘의 균형을 이룰 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지금 우현이 손을 놓고 있어 대한민국호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라며 "경제가 어렵다며 전국을 돌며 정부를 흔들고 있는 한국당은 본인들이 그 주범임을 깨우치고 이제라도 통합 대한민국으로 함께 전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hysup@yna.co.kr, as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