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무명선수→한국축구 미래 조련사…정정용 리더십

입력 2019-06-05 16:54
[U20월드컵] 무명선수→한국축구 미래 조련사…정정용 리더십



(루블린[폴란드]=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무명 선수로 은퇴한 뒤 한국축구의 미래를 조련해 온 정정용(50) 감독이 마침내 '4강 신화' 눈앞까지 왔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일본을 1-0으로 눌렀다.

이로써 한국은 2013년 터키 대회 이후 6년 만에 다시 8강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까지 한고비만을 남겨놓게 됐다.

청구중·고-경일대를 졸업한 정 감독은 선수 시절 무명이었다.

1992년 실업 축구 이랜드 푸마의 창단 멤버로 참여해 6년 동안 센터백으로 뛴 그는 팀이 프로로 전향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1997년 부상이 겹치면서 28세의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후 그는 용인 태성중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고, 해외 연수 등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그러고는 2006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했다.

고향 팀인 대구FC 수석 코치를 지냈던 2014년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12년 동안 14세 이하(U-14) 팀을 시작으로 연령대 대표팀을 지도하며 한국축구의 미래들을 키워왔다. 대구 수석 코치 시절에도 구단의 U-18팀인 현풍고 감독을 맡는 등 꿈나무 육성과는 인연을 놓지 않았다.



2016년 안익수 전 감독 후임으로 U-20 대표팀 감독대행을 맡고, 2017년에는 신태용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U-23 대표팀 감독대행직을 수행하는 등 위기 때마다 소방수 구실도 훌륭히 해냈다.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U-20 대표팀은 정 감독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지도하며 함께 성장해 온 선수들이다.

이 연령대 선수들에게는 '지시가 아니라 이해를 시켜야 한다'는 지도 철학을 가진 정 감독은 이번 대표팀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다. 선수들도 정 감독의 축구 철학을 이해하며 원팀으로 녹아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정 감독이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팔색조 전술'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교수가 되고 싶어 했던 정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랜드에 있을 때도 팀의 허락을 받아 명지대 대학원에 다녔고, 훗날 지도자를 하면서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도 이수했다. 전공은 스포츠생리학이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까지 4경기를 치르며 매번 다른 전략, 전술을 준비해 강팀들과 맞섰다.

포메이션이 같더라도 포지션별 역할을 다르게 부여하면서 경기 중에도 상대에 따른 전술 변화를 과감하게 펼쳤다.

가게야마 마사나가 일본 감독이 16강전에서 패배한 뒤 한국의 후반전 전술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패인으로 꼽았을 정도다.

대회 이전만 해도 일각에서는 무명선수 출신에 큰 대회 경험도 없이 유소년 지도만 해온 정 감독의 지도력에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어린 선수들의 재능을 찾아 키우는 데 힘을 쏟아온 정 감독의 노력이 한국축구를 '4강 신화 재현'이라는 목표에 성큼 다가서게 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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