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지방자치] 지방소멸 극복…농촌 청년마을로 해답 찾는다

입력 2019-06-10 07:03
[톡톡 지방자치] 지방소멸 극복…농촌 청년마을로 해답 찾는다

소멸 위험 1위 경북 의성군에 일자리·주거·복지 갖춘 시범 마을 조성

올 연말까지 청년 70여명 농·창업…2022년까지 200명 목표



(안동·의성=연합뉴스) 이승형 기자 = 젊은 층이 대거 빠져나가고 출산율도 하락해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방의 소멸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경북은 30년 안에 소멸 위기에 처한 상위 10곳 가운데 의성, 군위, 청송, 영양, 청도, 봉화, 영덕 등 7곳이 몰려 있다.

경북도와 이들 지자체는 매년 심각한 인구 유출로 위기감이 커지자 '이웃사촌 청년 시범 마을'에서 해법을 찾기로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지방소멸지수 1위인 의성군의 안계면 일대에 일자리와 주거, 교육, 의료, 복지 체계를 갖춘 청년 시범 마을을 조성하기로 하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70여명의 청년이 농사를 짓거나 창업하기로 하고 이에 맞춰 주거 등 필요한 시설을 착착 준비하고 있다.

우선 2022년까지 청년 200여명이 정착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 군지역 지도에서 사라질 판…지방소멸 위기감

경북 연도별 출생아 수는 2014년 2만2천62명, 2015년 2만2천310명, 2016년 2만616명으로 서서히 줄어들다가 2017년 1만7천857명으로 2만명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에도 1만6천100명으로 뚝 떨어졌다.

매년 1만5천명씩 인구가 감소하고 연평균 6천명의 청년이 학업·취업 등을 이유로 타 시·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생산가능 인구도 2005년 38만명에서 2018년 34만명으로 줄었다.

군 지역 고령화율은 28.1%로 초고령사회에 도달했고 의성군 고령화율은 38.4%로 도내 1위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과 차별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경북 군 지역이 지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 지사는 취임하자마자 공약사업으로 젊은 인구 유입으로 저출산과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기존 생활거점 재생과 신규 거점 구축 등 지역재생사업으로 농촌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다.



◇ 연말 청년 70여명 시범 마을로 진입

경북농업기술원에는 매주 토요일만 되면 전국에서 달려온 50명의 청년이 딸기 농사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3월부터 교육을 받는 청년들은 오는 9월이면 시범 마을 스마트팜에서 본격적인 농부의 길을 걷는다.

도가 조성한 스마트팜에서 1∼2년간 200만원 내외의 월급 받는 청년 농부로 일한 후에는 농업 창업을 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도는 이들이 창업에 뛰어들면 3억원 정도의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주고 농지도 알선해줄 계획이다.

구미에 있는 경북경제진흥원에서도 4팀 9명의 청년이 창업준비로 분주하다.

협업농장을 차려 도농 교류사업을 펼치고 수제 맥주 양조와 체험 공방을 운영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의성 일대 못난이 과일을 온라인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하거나 목조 친환경 소품과 가구를 제작해 판매도 할 예정이다.

이들도 이달 중 의성군 안계면의 전통시장 빈 점포들을 리모델링해 창업에 나선다.

오는 8월부터는 서울 청년 20여명이 안계면에서 농촌 정착과 창업을 위한 사전 조사 활동을 한다.

도와 군은 연말까지 70여명이 시범 마을에 들어올 것으로 보고 주거시설 확보에 나섰다.

우선 도청 신도시에서 공무원 임시 숙소로 사용하던 컨테이너 하우스를 옮기고 빈 여관을 매입해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한다.

국내 대기업에서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스틸하우스를 지어주기로 하고 현장실사를 마쳤다.



◇ 청년 정착 준비 착착…2022년까지 1천700억 투입

도와 군은 안계면 일원에 2022년까지 4년간 1천743억원을 들여 일자리 창출, 주거단지 조성, 생활여건 개선, 마을공동체 사업 등을 한다.

이후 시범 마을 모델을 단계별로 지속해 확산한다.

농업과 문화예술 분야 창업을 유도하고 식품산업 클러스터와 반려동물산업단지 조성으로 일자리를 만든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마을 리모델링, 주택과 아파트 건립 등으로 청년 친화적 도시재생사업을 한다.

이미 일자리 사업은 활기를 띠고 있다.

청년들이 일하게 될 스마트팜은 오는 10월 완공한다.

방문자 센터, 펫 카페, 교육·체험장, 도그 풀장 등을 갖추게 될 반려동물문화센터는 지난 3월 착공에 들어가 내년 3월 문을 연다.

부지 28만㎡에 조성하는 특화 농공단지는 기본설계를 마치고 입주기업 물색에 들어갔다.

주거시설도 임시로 확보해 청년에게 제공하고 이들이 정착하면 30∼50가구 규모 신규 주거단지를 신속히 늘려나갈 계획이다.

젊은 층의 취향을 고려해 설계 공모로 청년이 선호하는 디자인을 입힐 방침이다.

1단계 사업으로 2022년까지 약 100가구 규모 특화 주거단지를 만든다.

청년들이 가정을 꾸리고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보육과 교육, 문화시설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하나금융그룹과 손잡고 안계면에 있는 군립어린이집 시설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으며 지난 1월 문을 연 출산통합지원센터는 아이 돌봄, 산모건강 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북교육청과 협력해 안계초등학교를 '미래학교'와 '연구학교'로 지정해 창의·놀이 중심의 교육프로그램도 늘린다.

청년과 기존 주민이 소통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이웃사촌 지원센터도 문을 열었으며 창업보육과 문화 복합공간도 2021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기본·실시설계를 앞두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웃사촌 시범 마을은 사라지는 농촌을 살아나는 농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의성군 안계면에서 성공모델을 만들어 다른 시·군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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