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삶의 터전 빼앗긴 침팬지…'숲속의 빈민가'로 내몰려

입력 2019-06-05 15:41
인간에 삶의 터전 빼앗긴 침팬지…'숲속의 빈민가'로 내몰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진화상으로 인류와 가장 가까운 유인원인 침팬지가 멸종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파리에 모인 세계 각국의 침팬지 전문가 40명은 인류의 DNA를 98%나 공유하고 있는 유일한 동물의 생존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호소했다.

이들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4개 침팬지 아종이 모두 위협을 맞이하고 있고 특히 서부 침팬지는 개체수가 근 100년에 걸쳐 80%나 줄어들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사흘 일정의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서식지의 축소를 최대의 위협으로 꼽으면서 침팬지들가 처한 상황을 "숲속의 빈민가"에 비유했다.

아프리카에는 아직도 훼손되지 않은 광활한 초원과 숲이 남아있지만 도시의 확장, 광산 개발, 삼림 파괴, 기계 영농 등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그 범위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3개 아종의 개체수는 각각 수천마리 정도에 불과하며 주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견되는 동부 침팬지만이 25만 마리로 상대적으로 많은 편에 속한다. 서부 침팬지의 경우는 부르키나파소, 베냉, 감비아, 토고 등에서 이미 사라진 상태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수십년간 침팬지를 연구한 미국 미주리주 워싱턴 대학의 크리켓 샌즈 교수는 인간의 침범과 사냥이 침팬지의 생활 양식과 행동도 바꿔버렸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처음 침팬지를 마주했을 때는 호기심으로 다가왔지만 지금은 사람을 보고 숨는다면서 "이들이 행동을 바꾼 것은 현명하다. 생존이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햇다.

17개국에서 근 150개의 침팬지 집단을 살펴본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원시림에 거주하는 침팬지들과 비교해 인간에게 훼손되는 지역에 서식하는 침팬지들은 행동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대신 획일성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인류와 침팬지는 약 700만년전 침팬지와 갈라섰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마르틴 주르벡 연구원은 "인류가 보노보나 침팬지에서 진화한 것은 아니지만 공동의 조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오래전 저명한 인류학자 어빈 드보어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에게 무심한 것을 보고 이렇게 개탄한 바 있다.

"우주 여행을 하면서 우리와 98% 같은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를 마주했다면 이들을 연구하는데 얼마나 돈을 썼을지를 생각해보라. 이런 생명체가 지구에 존재하는데도 우리는 멸종하도록 놔두고 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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